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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6간첩단 사건 正道로 풀어야 한다 - 박효종
	2006-10-31
386간첩단 사건 正道로 풀어야 한다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일이 터졌다. 국정원과 검찰에서 조사중이긴 하나, 민노당과 관련이 있는 386운동권의 일부가 북한 지령에 의해 간첩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문제의 해법은 참으로 단순하다. 이 문제야말로 ‘바를 정(正)자’ 정도(正道)로 풀어야 한다. 간첩사건은 간첩사건으로 다뤄야지, 정략적 손익계산에 분주한 정치적 사건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은 보혁갈등의 문제도 아니고, 민노당 탄압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안위에 관한 중차대한 일일 뿐이다. 공안정국 조성이니 음모론이니 하는 말들이 나와서는 안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부나 수사 당국은 구속됐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간첩 혐의자들이 ‘양의 탈’을 쓴 ‘이리’인지 아니면, ‘양의 탈’을 쓴 ‘양’인지를 엄정하게 가려내면 된다. 그 외에 사(私)나 마(魔)가 끼어들어서는 곤란하다. 우려되는 점은 피의자들이 햇볕정책의 그늘 아래서 대한민국의 정치상황과 여론의 흐름을 북한의 뜻에 맞춰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치권이나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위협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냉전적 사고’라며 백안시해왔다. 또 누가 북한의 체제를 동경하겠느냐며 강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국가의 소중함에 눈을 감은 채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를 위해 암암리에 복무하는 세력이 발견된 것은 엄연한 현실이며, 현실이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이제까지 밝혀진 혐의를 보면, 지난 5·31 지방선거는 물론, 내년 대선에서 북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문제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이들은 건강한 다수 가운데 소수의 ‘썩은 감자’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빙산의 일각인가. 안보불감증이나 핵불감증 등 갖가지 불감증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가의 정체성까지 우려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햇볕정책이 추진되고, 민족협력·화해가 강조되면서 ‘나라사랑’과 같은 말들이 창백해졌다. 북한을 껴안고 한반도 탈냉전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한민국의 가치관이 무력화되는 계기가 됐다면, 실로 유감이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애국심이 약해진 것은 북한도 같은 민족인데, 적대시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민족주의 과잉 때문이 아닐까. 이 시점이야말로 ‘헌법적 애국주의’의 중요성에 주목할 때다. 혈연에 입각한 게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애국주의’가 바로 ‘헌법적 애국주의’다. 우리는 혼란스러운 해방정국에서도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국가를 세우고 번영을 구가해 왔다. 인권, 민주주의, 자유, 시장질서를 규정한 헌법을 채택하지 않았던들 북한처럼 1인 전제정의 멍에 아래서 신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하에서 김승규 원장의 국가정보원만이 ‘헌법적 애국주의’에 충실한 조직이란 말인가. 한국의 보혁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더라도 헌법적 틀을 깨려는 움직임을 징벌하는 데는 하나가 돼야 한다. 양파 껍질처럼 베일을 벗게 되는 간첩단사건을 목격하면서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민노당은 공당으로서 그 전·현직 간부가 간첩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데 대해 거칠게 항의하기보다는 “혐의만으로도 자신의 아내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한 시저를 생각하며 반성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도 할 말이 있다. 대북 포용정책으로 일관해온 정부가 간첩을 잡는 과단성을 보인다면, 안보에 관한 진정성이 천하에 알려질 것이다. 반대로 정치적 의도로 축소하거나 은폐하려고 한다면, ‘역시 친북정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이번 간첩단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06. 10. 3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