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엔지니어들이 땀흘려 미래를 연다 - 류동길
2006-10-30
엔지니어들이 땀흘려 미래를 연다 서울대 공대와 한국공학한림원이 최근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을 뽑았다. 광복 후 황무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산업입국(産業立國)에 힘써온 수많은 엔지니어 가운데서 뽑힌 영광스러운 얼굴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름도 적지 않다.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으면서 산업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산업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짜 애국자다. 산업기술 인재들이 어찌 60인뿐이랴. 이들과 함께 일해 온 모든 엔지니어들에게도 마땅히 큰 박수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엔지니어에게 박수를 한번 보내는 것으로 끝낼 일은 아니다. 수많은 엔지니어들을 양성해서 그들이 산업화 시대를 넘어 지식정보화 시대를 열어 갈 수 있도록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이공계가 위기라고 하는 것도 기술인력의 푸대접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엔지니어들을 재평가하고 그들의 공헌을 인정한 것은 뜻있는 일이다. 시대마다 그 시대를 이끌어 가는 산업이 있다. 현재 우리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조선 무선통신기기 철강 등은 오래 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육성한 산업이고 지금 그 열매를 따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20년, 50년 후에 어떤 산업이 주력산업이 될 것인지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고 투자해야 한다. 가을에 거두려면 봄에 씨앗을 뿌려야 한다. 그 봄과 가을은 1년 단위가 아니다. 씨앗 뿌려 몇 십 년 후에 거두는 그런 산업농사짓기인 것이다. 당연히 교육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창의적 인간,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평준화 제도에 매몰돼 우수한 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교육을 고집하면서 선진한국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모르고 그렇게 한다면 무식한 것이고, 알면서 그렇게 한다면 매국(賣國)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미래의 국가들은 부존자원이 아닌 인재를 놓고 치열한 전투를 벌일 것이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1943년 하버드대 졸업식에 참석해서 한 말이다. 처칠의 예언은 적중했다. 세계 각국은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교육시스템을 계속 손질하고 있는가 하면 세계 일류기업들은 인재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좋은 인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19세기는 영국이 앞서 달린 세기였다. 20세기 첫 4반세기 미국의 연구·개발(R&D) 투자 지출은 영국의 12배였다. 대학생 수는 8배, 일반 기술자 수는 3배, 공장설비에도 70%나 더 투자하고 있었다. 그 결과 미국의 생산성 증가는 영국보다 4배나 높았고 경제적 리더십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것은 당연했다.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에서는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R&D 투자를 확대하고 세계 각국에서 아시아로 몰려들고 있는 인재들의 힘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종주국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고 전한다.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살 것인가.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걸 달리 표현한 질문이자 우리의 과제다. 우리에게 이처럼 중요하고 절실한 과제는 없다. 이러한 과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력이고 기술력은 바로 사람이다. 각 분야에서 이들 영광스러운 엔지니어들과 같은 인재를 육성하는 일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우리의 살 길은 기술한국으로 나가는 것이다. 핵심기술, 원천기술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과학자, 공학자, 기술자, 훈련된 관리인, 숙달된 노동자를 양산하는 교육제도를 갖추고 생산현장으로 몰려드는 산업역군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일이 시급하다. 그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머뭇거릴 시간은 없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10. 28 포럼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