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관료의 도덕적 해이 부르는 '큰정부' - 조동근
	2006-10-17
관료의 도덕적 해이 부르는 '큰정부' ‘도덕적 해이’는 원래 보험용어다. 예컨대 화재보험에 가입한 뒤에는 응분의 화재예방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도덕적 해이는 정보의 비대칭 하에서 남에게 손해가 되는 줄 알면서도 자신의 유익을 구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는 ‘역할 기대’로부터의 일탈을 의미한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철도청 소속의 철도공안사무소가 2004년 철도청의 공사(公社) 전환 과정에서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건교부와 철도공사, 기획예산처 등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게 불법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로비가 효력을 발휘했는지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철도공안사무소는 2005년 1월 건교부로 소속이 이관됐다. 건교부는 철도공안 조직이 철도공사 소속이 될 경우 신분이 민간인으로 변해 사법경찰권을 가질 수 없음을 이관 조치의 이유로 설명했다. 그러나 공안요원이 질서유지를 위해 꼭 공무원 신분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공무원으로 잔류하기 위한 불법 로비행위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관료 집단의 도덕적 해이는 현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철도공안의 사례로써 현 정부의 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전임 정권과는 다른 맥락에서 고찰돼야 한다. 현 정부는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 일하는 ‘큰 정부’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관료의 재량권이 강화되면 ‘부패의 여지’는 그만큼 커지게 된다. 예컨대 인·허가 등으로 재산권 공급을 제한하면 허가를 따내는 것 자체가 재산적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돈이 오가게 된다. 최근의 ‘바다이야기’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따라서 ‘큰 정부론’은 재량적 배분권의 최소화에 역행함으로써 사전적 의도와 무관하게 관료집단의 도덕적 해이와 부패를 부추기게 된다. ‘큰 정부’는 ‘정부 혁신’과 짝을 이룬다. ‘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혁신을 통해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율적 정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정부 혁신의 요체다. 정부 혁신은 현 정부의 창안은 아니지만, 정책 브랜드인 것만은 사실이다. 현 정부는 정부 혁신을 위해 전담 공무원을 두고, 2004년 이래 혁신 지원, 관리 및 평가 그리고 혁신과제 추진, 혁신 능력 개발 명목으로 80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정부 혁신의 1차 목표는 ‘효율 증진’이지만 한편으론 ‘부패방지’를 위해 관행·의식·문화 등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정부 혁신 노력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효율 증진과 부패 방지’ 측면에서 정부 혁신의 성과가 가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혁신은 없고 혁신활동 기록만 쌓여가고 있다. 장관의 지방순시가 ‘정부 혁신 홍보 투어’로 포장되기도 한다. 정부 혁신의 외화내빈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의 추락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역설적으로 공공부문의 비효율이 그 같은 추락을 가져온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에서와 같은 경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별도 인원을 배정하고 물적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혁신의 ‘외양’만 갖추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뿐이다. 따라서 정부 혁신을 통해 효율을 제고하고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도덕적 해이는 부패를 낳고 부패는 공정한 게임규칙과 유인을 왜곡시켜 궁극적으로 그 사회의 부를 파괴한다. 도덕적 해이는 정부의 권력에 비례하며, 종종 혁신의 명분으로 위장되곤 한다. 정부 혁신을 강조하기에 앞서 ‘긴 호흡’으로 시장경제 체제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혁신은 구호가 아니며 시장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사회대학장,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10. 1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