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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거는 기대 - 정진영
2006-10-16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거는 기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의 선임 절차를 거쳐 마침내 유엔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되었다. 그는 내년 1월1일 취임을 앞두고 유엔 사무총장직 인수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본인의 영광임은 물론이고 한국 외교의 쾌거이자 우리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의 사무조직을 관장하는 최고 행정가이자 국제사회에서 유엔을 대표하는 상징이며, 유엔의 임무 완수를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최고 외교관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은 유엔헌장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유엔의 최고 행정가라는 점과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들에 대한 안보리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 외에는 유엔 기구들이 위임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돼 있다. 물론 이러한 모호한 규정은 사무총장의 지도력을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창의적·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우리는 반 장관이 유엔이 추구하고 있는 국제 안보와 평화의 증진, 인권과 자유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실현, 경제 사회 개발과 빈곤 퇴치 등 핵심적 역할의 수행과 관련해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늘날 유엔은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과 관련해 두 가지 점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자. 첫째, 탈냉전의 짧은 꿈은 깨지고 테러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등으로 국제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다. 국제관계에서는 합의와 협력보다 이견과 갈등이 앞선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이 국제 평화와 안보의 유지라는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특히 유엔의 가장 핵심적인 기구인 안보리의 결정에 거부권을 가진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의 5개 상임이사국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유엔의 기능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한다. 유엔 사무총장은 분쟁 당사국 사이에서 선의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거나, 특사를 임명해 특정 분쟁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유엔의 관심과 노력을 이끌어냄으로써 국제 안보와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유엔 사무총장의 이러한 역할은 종종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의 이러한 역할은 엄격한 중립성과 독립성에 기초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정 국가의 입장을 반영하거나 편파적이라는 의심을 사게 되면 그의 지도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둘째, 유엔 자체의 내부 개혁이다. 2차 대전 직후에 수립된 유엔은 60여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의 여론과 국제적 역학관계를 대변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확대 개편과 총회의 권한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또한 거대한 유엔 조직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 요구도 높다. 코피 아난 현 유엔 사무총장은 이러한 유엔 개혁과제들을 추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 반 차기 총장도 이러한 노력을 계승할 것임을 사무총장 수락연설에 분명히 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반 총장에 대한 우리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유엔 사무총장이 어느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지시를 받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껏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는 노르웨이, 스웨덴, 미얀마, 오스트리아, 페루, 이집트, 가나 등 7개국이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의 가나 출신이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고 해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지위와 역할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반 총장이 한국만의 이익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여론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대변하는 진정한 세계인으로 영광스러운 사무총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이는 북핵 문제의 해결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정진영 (경희대교수·국제관계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10. 16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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