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북핵 사태, 내부의 敵 퇴치하는 계기로 - 정갑영
2006-10-13
북핵 사태, 내부의 敵 퇴치하는 계기로 북핵 사태는 침체를 거듭하는 한국 경제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 같다. 이제 핵 보유국과 대치하며 ‘달라진 세상’에서 경제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디까지 파장이 미칠지 속단하기 힘들지만, 아무리 낙관적으로 전망해도 국가 위험도와 불확실성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비록 수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지라도 민간소비와 투자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당장 경협 관련 사업에서부터 몇 년째 바닥을 헤매는 설비투자와 외국인 투자도 더욱 위축되지 않겠는가. 실제로 최근 우리 경제의 모든 문제는 투자 부진에서 비롯되어 왔다. 투자가 부진하니 성장과 고용이 침체되었고, 내일의 경제를 말해 주는 잠재 성장률마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왔다. 백수 연대까지 결성한 젊은이들의 꿈도 투자부진으로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다. 정부는 세수(稅收)를 늘리고 분배 지출을 확대하여 왔지만, 민간투자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시장을 멀리하고 분배와 균형만 강조하는 정책이 기업 투자 마인드마저 위축시켜 왔다. 투자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기업들은 높은 현금 보유 비율에도 불구하고, 신규 투자를 주저하고 겨우 현상유지에만 급급하여 왔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마찬가지다. 직접투자는 아직도 국내총생산(GDP)에서 9.0%에 불과하여 경쟁국보다 훨씬 낮고, 증시에서도 유독 한국에서만 올해 90억 달러나 빠져나갔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핵 사태까지 터졌으니 어떻게 투자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 이제 ‘달라진 세상’에서 어떻게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하나. 포용정책에 실패한 우리가 독자적으로 긴장상태를 완화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나 민간소비 부양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오히려 이런 정책에 앞서 가장 절실한 것은 이번 기회에 투자를 가로막는 내부의 적(敵)부터 과감하게 퇴치하는 일이다. 과연 무엇이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가. 첫째는 경직된 노사관계다. 우리처럼 고용의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대기업 노조가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일삼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는가. 경쟁국보다 높은 임금에 파업이 빈번한 경직된 노사문화로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할 수 없다. 둘째는 정부의 과다한 기업 규제다. 수도권 규제와 출자총액제한은 물론 금융과 산업의 분리,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 등 투자 장벽이 너무나 높다. 물론 합당한 논리가 뒷받침되는 경우도 있지만, 부처 이기주의와 불분명한 명분에 얽매여 누구를 위한 것인지조차 모르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경영권까지 위협받으며 세계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도 수두룩하다. 셋째는 포퓰리즘에 입각한 반(反)시장 정책의 남발이다. 경제는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값이 올라가면 공급을 늘려야 하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에 유리한 보상이 가게 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논리보다는 대세에 따라 분양가를 공개하고, 균형의 논리로 차별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정책으로는 투자가 살아날 수 없다. 이것은 오히려 사회적 불투명성을 높여서 경제를 위축시킬 뿐이다. 분배도 성장을 통해 고용과 소득이 창출될 때만 개선될 수 있다. 부(富)를 세금으로 환수하여 분배의 몫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버려야 한다. 큰 정부로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착각도 버려야 한다.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먼저 투자를 가로막는 공적(公敵)부터 퇴치해야만 한다. 이번 계기에 온 나라가 경제의 역동성을 가로막았던 높은 장벽의 철거에 앞장서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내부의 적부터 철저하게 다스려야 하지 않겠는가. 정갑영 (연세대 원주부총장·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조선일보 2006. 10. 13 시론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