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대법원장 발언 파문 '화를 복으로…' - 강경근
	2006-09-24
대법원장 발언 파문 '화를 복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난 19일 대전 발언의 진의는 법관의 자유로운 심증에 의한 재판이야말로 당사자의 신뢰를 얻어 궁극적으로 사법의 독립을 기할 수 있으므로, 법관들의 분발을 촉구한다는 격려가 아니었던가 싶다. “구술주의, 공판주의, 심리주의를 내걸고 사법을 운용하기로 작정”을 했다는 말은 이를 보여준다. 그래서 법정에서 조사한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에 의해서 판사가 심증을 갖고 그것에 의해서 재판하는 공판중심주의를 왜곡하는 예로 “서울의 한 판사가 공판정에서 열심히 재판한 건 무죄인데 나중에 수사기록 보니까 유죄라서 유죄를 선고했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 “수사기록 확인하는 일밖에 안 하니까 검사가 법원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등을 말한 것 같다. '국민을 위한 길' 치열하게 고민 사실 일반인들에게 소송이란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인생 일대의 사건이고 그만큼 당황하게 마련이다. 형사사건은 공익의 대변자로 일컬어지는 검사를 통해 스스로의 유무죄를 가려야 하는 일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판사, 특히 법대(法臺)에 선 법관에 대해서 소송의 일방 당사자가 되는 형사피고인은 자신의 죄의 유무와 경중을 억울함 없이, 궁금증 없이 가려 달라는 소망을 갖는다. 그렇게만 된다면, 법관으로서는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은 반 이상 달성한 것이라는 점을 대법원장은 재삼 강조한 것으로 보고 싶다. 이는 그가 취임하면서부터 강조해 온 ‘국민을 섬기는 사법’이라는 맥에 맞닿아 있는 말이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오히려 형사사건의 일방 당사자가 되는 검찰의 수사기록을 보고 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재판을 한 판사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말을 법관들의 면전에서 한 것이므로, 검사보다는 법관들이 부끄러워하고 화를 내야 했을 그런 자성의 훈시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수사기록을 “아무도 보지 않는 비공개 장소에서 조사한 진술”로 치부한 것, 또는 13일의 광주 훈시에서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라는 것은 대개 사람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 등은 사법의 수장인 대법원장 스스로 사법의 신뢰성을 손상시켰다. 대법원장이 말하고자 한 진의가 이해되더라도 우리는 이미 이번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정제되지 아니한 언어폭력을 숱하게 들어 왔다. 개인의 언어 취향 탓으로도 돌릴 수 있겠지만 그걸 듣는 사회 구성원의 마음은 황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 발언의 진의가 손상된 것은 아니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말한 대로 대법원장 말씀에 받았을 충격과 실망감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들을 반성하고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법조삼륜이 자성하여 차원 높은 사법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법조삼륜 자성의 계기 삼아야 이 대법원장은 “국민들이 알아 주지 않는 게 가슴 아파서 한 얘기”라고 하면서도 그 국민들을 “판사실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그 판사들의 합의에 내가 좀 개입해 보고 싶다. 그것이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변호사에게 돈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점에서 일반 소송 당사자들도 각성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지금보다 한 차원 높게 실현될 수 있다. ‘법관윤리강령’에 쓰인 대로 사법권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며, 그래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법관은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를 갖추어야 한다. 법조삼륜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난할 것 같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9. 2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