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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와 대기업 규제 인식 - 윤창현
	2006-09-08
한미 FTA와 대기업 규제 인식 한때 SK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했던 소버린은 결국 1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올리고 나서 세금 한 푼 제대로 안 내고 한국을 떠나간 ‘먹튀’ 수준의 투기자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끝까지 대기업집단 개혁이라는 나름대로 고상한(?) 명분을 내세워가면서 자신들의 투자행위를 합리화시켰고 이 구호는 일정 부분 먹혀들었다. 이 때문인지 한 시민단체 부설연구소는 그동안 자신들이 축적해 놓은 SK 관련 정보를 이러한 투기자본에 제공하기까지 했다. 외환위기 이후 나타난 대기업 때리기의 분위기는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제도 도입, 금산법상 지분제한제도를 거쳐 출자총액제한제도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는 대기업집단의 계열기업 간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수준에까지 이른 상황이다. 특히 출총제의 경우 강력한 사전 규제요, 자산 규모 6조원 이상인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선별적 규제이며 출자의 60%는 적용 제외 내지 예외 인정에 해당하는 누더기 규제다. 그리고 과잉투자가 아닌 과소투자가 문제가 되는 현시점에서 그 역기능은 극에 달하고 있는데도 폐지에 대해 소극적이다. 또한 출총제 폐지가 출자와 투자를 활성화시키면서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순기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 분명한데도 ‘대기업 잘되는 정책은 사절’이라는 식의 논리가 동원되면서 당의장이 제창한 ‘뉴딜’이라는 이름의 정책 패키지가 여권 내에서조차 ‘왕따’당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집단 정책은 국내에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애틀 협상에서 대기업집단 규제에 대해 언급하고, 이를 한국 대표가 반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 ‘대기업 때리기’ 분위기가 확산이 되고 일정 부분 호응을 얻다보니 FTA 협상 상대가 역으로 이를 이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대가 누구인가.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종합무역법 내에 엑손플로리오 조항을 추가하여 국가 안보에 저해가 될 경우 외국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합병을 언제든지 무효화시킬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나라다. 자국 기업을 이 정도로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상대가 우리의 대기업 규제를 거론하고, 이에 대해 우리측 협상대표는 “한국의 기업집단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공정거래법 등으로 인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을 정도다”라는 묘한 논리로 반박하는 상황이다. 한미 양국간 FTA 협상은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일단 링 위에 오른 두 권투선수가 서로 펀치를 교환하며 맞고 치고 하듯 협상단계에서는 서로 주고받을 것을 철저히 잘 따져서 치열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협상이 체결되면 두 나라간 관계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경제적으로 매우 돈독한 관계가 된다. 하지만 친한 친구가 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하더라도 협상단계에서 너무 심하게 싸우면 아예 친구가 되기 힘들어지는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대기업집단 규제 문제같이 지나치게 민감한 사안을 FTA에 명문화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리 내부에서조차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공론화되면 논란이 증폭될 것이고, 이는 협상 전체에 대한 또 다른 문제 제기로 확산될 여지도 있는 것이다. 새로운 주제들이 자꾸 테이블에 올라가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테이블 위에 올라온 주제들을 가지고 협상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FTA 협상이라는 힘든 권투시합 후에 서로 웃으며 악수하고 절친한 친구 사이로 발전할 양국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9. 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