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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有法無治의 나라 - 남성일
	2006-09-06
有法無治의 나라 5개 발전회사의 노조가 하룻동안 파업을 했다. 또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는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되어 있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다시 5년 이후로 미루기로 했고 전기·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직권중재를 폐지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파업의 명분인 5개 발전회사의 통합은 노사협상의 대상조차 될 수 없는 경영사항임에도 전기가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일시적으로나마 수천만 국민이 5000여명 노조원의 볼모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1997년 법이 만들어진 이래 10년이나 시행이 유보됐던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은 다시 5년이 유예됨으로써 무려 15년이나 법은 있되 시행되지 않는 유법무치(有法無治)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 대한민국 노사관계는 노조가 법을 쥐고 흔드는 구조가 되고 있다. 노조는 마음에 드는 법만 내세우며 노동권을 주장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법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불법파업을 일으키며 무력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들 원하는 방향으로 법을 고치라고 요구한다. 이에 대해 사용자들은 제한된 범위에서의 이익만 지키려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말로는 불법파업을 엄단한다고 하지만 실질적 집행은 없고 오히려 노동계의 요구를 로드맵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 노사관계의 질서체계가 완전히 균형을 잃고 일방적으로 재편되는 형국이다. 이런 불균형은 DJ정부 이래 지난 10년 가까이 꾸준히 만들어져 왔다. 현행 법체계를 우습게 보는 민주노총을 합법화시킨 것이 그 시발(始發)이었고 이후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하여 노동계 인사들이 주요 라인에 속속 들어가게 되었다. 현 정부 들어 노동계의 진출은 더욱 활발해져 행정기관뿐 아니라 연구기관까지 장악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노동계 출신 혹은 친 노동적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경영계는 정부 눈치 살피기에 급급하고 야당은 노동계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니 이제 노동계가 원하는 대로 법까지 바꾸는 환경이 되었다. 노조와 정부가 결탁하고 기업은 눈치만 보는 불균형의 노사관계는 독점노조를 만들고 권력노조를 만든다. 독점노조는 비효율을 낳고 권력노조는 부패를 낳는다. 비효율과 부패는 경제의 활력을 갉아먹고 나아가 나라의 미래를 망친다. 남미의 노사관계가 생생한 역사적 사례이다. 우리는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진 원인 중 주요한 것이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에 따른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다. 이는 국내외 연구소，전문가 등을 통해 수없이 지적되어 온 바 있다. 도대체 중국에서는 하나의 차량 생산라인에서 몇 종류의 차량생산이 가능한데 우리는 한 종류밖에 못하는 이유가 노동경직성 때문이 아닌가. 주당 40시간도 많다고 30시간대로 근로시간을 줄이라는 무리한 요구 때문에 일을 안 하게 되니 택시·음식점 등의 주말 영업이 타격을 받고 서민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지 않은가. 세상은 더욱 열리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데 독점노조·권력노조는 개방과 경쟁을 싫어한다. 그래서 민영화를 반대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한다. 그러나 독점과 폐쇄는 경쟁과 개방을 이길 수 없다. 유럽연합이 동유럽 국가들을 받아들인 이후 서유럽기업들이 경직적 노사관계를 피해 동유럽으로 넘어가자 유럽노조는 힘을 잃게 되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이치이다. 우리도 현재와 같은 경직성이 5년만 더 계속된다면 국내에 남아있는 공장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불균형상태에서는 세계화시대에 맞는 노사관계의 법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 그러니 정부는 노사관계는 물론 나라경제를 나락으로 몰고 갈 소지가 많은 로드맵 법제화를 포기하고 다음 정부에서 새롭게 논의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대신 현행 법이라도 확실하게 집행해 더 이상 유법무치의 혼란이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南盛日 (서강대 경제대학원장·경제학 / 바른사회 정책위원) 출처 - 한국경제 2006. 9. 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