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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노동운동 거꾸로 간다 - 김태기
	2006-09-04
한국 노동운동 거꾸로 간다 부산에서 열렸던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총회는 노동문제의 현주소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유감스러웠던 점은 이번 총회마저 한국의 노동계가 정부를 압박하는 기회로 삼았다는 점이다. 사실 이번 총회는 양대 노총이 비정규법안문제 때문에 정부와 갈등을 빚어 1년 연기되었고, 총회를 어렵게 개최했지만 한국노총이 노사관계로드맵 등을 문제 삼아 총회에서 철수했다. ILO 총회에서 다뤄졌던 안건을 보면 노동운동도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ILO는 한 나라의 정부뿐 아니라 경영계, 그리고 노동계가 대표로 참여하게 되어 있다. 이번 총회에 40여개국 노사정 대표들이 참여했고 양질의 일자리문제를 논의했다. 사실 일자리문제는 ILO의 ‘본업’은 아니고 오히려 OECD와 같은 경제문제를 취급하는 국제기구가 다뤄왔다. ILO는 1919년에 설립되었고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이나 단결권 등 결사의 자유 확보 등 공업화시대부터 내려왔던 전통적인 노동문제를 주로 다뤄왔다. 이 같은 설립 목적을 가진 ILO는 한국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ILO는 1970∼80년대 한국의 노동운동이 탄압받던 암흑기 시절에 운동가들에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리고 노동운동이 본격화된 90년대에는 노동계가 자신의 주장과 논리를 관철하기 위해서 정부에 국제적인 압력을 가하는 데 지렛대로 활용되어왔다. 이러다보니 한국의 노동운동가들은 항상 정부가 노동운동을 억압한다고 비판하는 것에 타성이 붙어버리고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탄압이라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부산에서 개최된 ILO 아시아태평양총회에 무엇인가 중요한 문제가 빠져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이 씨름하고 있는 노동운동과 노사관계의 문제가 다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는 이 문제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 사실 강성 노동운동이나 노사관계 불안 때문에 일자리문제를 걱정하는 나라는 한국 이 외에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쩌면 한국의 노동운동가들은 이번 총회마저 정부가 노동운동을 탄압한다고 국제적인 압력을 가하는 기회로 삼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외국 손님을 한국에 초청해놓고 자신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잘못을 범했던 것이다. ILO 부산총회의 의제를 보면 각국이 노동문제를 국가 내부의 폐쇄적인 틀이 아니라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고민하고 있으며, 노동문제의 핵심을 노동운동이 아니라 일자리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부산총회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문제가 주된 의제였다.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노동자들의 경쟁력 제고와 생산성 향상방안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자리문제 중에서도 특히 청년실업문제가 각국 모두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노동력의 국제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발생한 이주노동자의 생활문제가 각국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직업훈련문제도 국제적 기준 속에서 모색되어야 하며 일자리문제도 각국 간의 전략적 협력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ILO 부산총회에서 보았듯이 각국의 노동계 대표들도 세계화를 거부하기보다는 세계화에 따른 새로운 노동시장 질서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핵심은 각국의 노동자들이 국경을 초월해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의 조건을 국제적으로 공정하게 하자는 데 있다. 이것은 한국의 노동운동가들이 이념적으로 세계화를 반대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이러다보니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자유무역협정 이야기만 나오면 반대부터 하는 것을 다른 나라의 노동운동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9. 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