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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을 도박판으로 이끈 분배정책 - 윤창현
	2006-08-30
서민을 도박판으로 이끈 분배정책 최근 어느 토론회에 참석하여 한 여당 의원과 논쟁을 벌인 일이 있다. 출총제 존속을 주장하는 그 의원의 논리는 간단했다. 출총제 폐지는 대기업만을 이롭게 하는 정책이라는 것이었다. 여당은 서민·자영업자·중소기업만을 잘되게 해주는 정책을 시행해야 하므로 폐지 불가라는 주장이었다. 일견 그럴 듯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경제에 있어서 서민·자영업자·중소기업만을 선별적으로 잘되게 해주고 대기업은 전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마치 환부만 싹 도려내는 식의 수술적 정책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힘들어질 때 먼저 넘어지고 깨지는 것은 바로 이 약자들이다. 대기업 잘되는 것이 싫어서 출자 및 투자 촉진정책을 보류해버리는 것은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그는 것과 같다. 피해는 결국 된장을 못 먹게 되는 식구들에게 돌아간다. 비공식적이기는 하나 출총제가 폐지되면 약 14조원의 신규 투자 및 출자가 일어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이러한 출자 및 투자는 약 30조원의 매출을 일으키고 이 가운데 10%인 3조원 정도가 투자자의 이윤으로 회수된다고 보면 약 27조원의 돈이 경제 내에서 순환하여 임금으로, 부품대금으로, 원료비로 지급될 것이라는 얘기다. 대기업·중소기업·하청업체들이 이익을 내고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기업 근처에 자리잡은 식당·치킨집·분식집의 매상이 오르면서 자영업자들도 그만큼 나아지는 게 아닌가. 경제는 돌고 도는 것이다. 누구 하나가 좋아지면 결국 그 이익은 순환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그러기에 몇몇 잘되는 분야를 골라서 집중지원을 할 경우 다른 분야들도 따라서 좋아지는 불균형 성장전략이 먹히는 것 아닌가. 전방효과 후방효과가 바로 이 작동 메커니즘이다. 최근 터진 ‘바다이야기’ 파문은 입만 열면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행성 산업은 대부분 역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로또복권의 경우 조성된 자금의 반을 정부가 가져간다. 따라서 이는 명백히 세금을 거두는 행위다. 그러면 누가 이 세금을 내는가. 주로 상대적으로 빈곤한 계층이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이 게임에 참여하여 세금을 내고 있다. 사회보장 보조금으로 로또복권을 사는 미국 흑인의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바다이야기’는 더 고약하다. 여기서 소비된 돈은 정부 재정과 아예 무관하다. 대부분의 수익은 오로지 업주들에게 간다. 결국 정부는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서 업주의 이익을 챙겨주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혁신이니 개혁이니 하는 신선놀음을 한 셈이다. 도둑을 맞으려니 개도 짖지 않았다고 한다. 개가 짖기는 짖었는데 왜 이 소리만 청와대 담장을 넘지 못했을까. 개인 비리는 없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지 모르나 고약한 실정(失政)의 결과를 서민층이 다 떠안으면서 피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결국 치유하겠다던 양극화를 더 부추긴 게 아닌가. 경제가 어려우면 약자가 죽는다. 대기업을 이롭게 하느니 마느니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비상이다. 빨리 무너져가는 성장동력을 재건하여 죽어나가는 경제적 약자들을 구출해야 할 때다. 말로만 서민·자영업자 운운하지 말고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분배정책은 일자리 창출이요 일자리 창출은 기업 투자에서 비롯된다. 돌고 도는 경제의 순환을 인정하고 무너진 성장동력, 줄어드는 일자리, 늘어나는 실업자, 꿈을 잃은 국민의 어려움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유를 부리고 있다. 쿠오 바디스 참여정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8. 3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