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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행성 여부로 상품권 차별화해야 - 전삼현
	2006-08-29
사행성 여부로 상품권 차별화해야 ‘바다이야기’ 사건과 관련, 정치권은 물론 관계 부처 공무원, 조직폭력배, 그리고 심지어 청와대 직원까지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사건이 참여정부 최대의 게이트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사행성 경품용 상품권의 시장규모가 연간 총 88조원에 이르고, 탈세액은 연간 8조원 이상이라는 정부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는 점이다. 올해 서울시 예산이 약 16조원임을 고려하면 실로 거대한 시장이다. 더욱이 탈세액이 서울시 예산의 절반에 해당한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당연히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여부를 두고 많은 공방이 있었다. 지금까지의 진행 경과를 보면 정치권의 무분별한 이권 개입과 이해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상품권 문제는 단순히 이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상품권은 화폐 다음으로 유통성이 강한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해 거래당사자 중 일방은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손해를 보는 당사자의 대부분이 일반 서민이며, 이미 발행된 4000억원 이상의 상품권이 폐지나 거래거절 위기에 처했다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1961년 상품권법을 제정하여 발행과 상환을 엄격히 규제한 바 있다. 물론 이 법은 1999년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도모하기 위하여’ 폐지됐다. 그러나 정부는 증권거래법을 통해 여전히 투자성 주식이나 사채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를 하면서도 사행성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에 대해서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과 관련,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문제는 사태 해결이 지연되는 동안 서민경제가 겪을 어려움이다. 이미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과 대형 음반매장이 지난 25일 경품용 상품권 이외에도 일반 상품권까지 사용제한 방침을 세운 바 있다고 한다. 결국, 이번 사태의 희생자는 일반 서민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참여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상품권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는 일반 서민을 보호하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비록, ‘바다이야기’ 사태로 상품권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지만, 정부가 상환 능력이 있는 업체만 선정하여 발행했다고 한다면, 일반시민들의 피해는 더 적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사행성 경품용 상품권의 발행과 유통을 규제하는 입법을 하여 이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상품권의 본질에 대한 재검토와 이의 운용에 대한 합리적인 제도를 개선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4000억원 규모의 경품용 상품권을 소유한 서민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경제활동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품권 가운데 사행성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이에 대한 차별화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행성 없는 상품권의 경우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품권 발행 사업체의 선정 기준을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이 필요성은 정치권과 정부 기관의 재량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남용과 피해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일반 서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는 현명한 대책을 기대해 본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8. 2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