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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성장 바이러스' - 윤창현
	2006-08-28
'저성장 바이러스'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해 염증을 일으킬 경우 인체에 열이 나기도 하고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 때 우선 급한 대로 열을 내리거나 통증을 줄여줌으로써 당장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대증요법(對症療法)이라 한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바이러스 자체를 퇴치하는 일이다. 바로 원인요법이다. 원인 자체를 치유해버리면 증상은 당연히 사라진다. 최근 이름도 예쁜(？) '바다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은 최근 우리 사회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행산업은 꿈을 잃은 사회에서 더욱 창궐한다. 불확실한 미래,투자부진으로 성장이 정체된 사회,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는 불안한 현실에 대한 도피에다가 대박을 꿈꾸는 심리까지 가세하면서 사행산업은 우후죽순처럼 퍼져 나간다. 경마 경정 경륜에 로또도 모자라 성인오락까지 가세하면서 우리 사회의 병적 심리는 끝을 모르고 확산되어 가고 있다. 금리가 연 12%일 경우 원금의 두 배를 만들 때까지 6년이 걸린다. 그러나 금리가 4%인 경우 두 배를 만들 때까지 18년이 걸린다. 금리는 경제성장률과 관계가 깊다. 성장이 정체되면 금리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낮은 금리 하에서는 돈을 불리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차근차근 모아봤자 불어나지를 않으면 사람들은 '큰 거 한방'을 노리게 된다. 일확천금(一攫千金)을 기대하면서 위험한 베팅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저성장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심각한 증상이다. '일억 신중류',즉 1억명의 중산층을 자랑하던 일본은 1990년 초부터 시작된 버블붕괴와 경기침체에 따른 극심한 저성장을 겪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저소득층으로 전락했다. 저성장이 지속되니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게다가 프리타족 둥지족 니트족 등 과거에 없던 계층이 생겨났다. 프리타는 프리(free)와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로서 일정한 직장이 없어서 주유소 편의점 등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둥지족은 학교를 졸업하였지만 일정한 직장이 없어서 독립도 결혼도 하지 못한 채 부모와 함께 살며 나이를 먹어가는 외톨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니트(NEET)족은 'Not in Education,Employment,Training'의 첫 자를 딴 말이다. 교육 고용 훈련 어느 것도 받지 않고 일할 의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실업자 통계(統計)에서도 빠진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프리타족 둥지족 니트족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심화되며,사행산업이 창궐하고 프리타족 둥지족 니트족이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 뒤에는 저성장 바이러스가 숨어있다. 세금폭탄,큰 정부, 균형발전을 내세운 수도권 억제정책,끝도 모를 각종 규제들,반기업 정서,시대착오적 대기업정책들이 잘(？) 버무려져서 기업하기 힘든 환경을 만들고,이것이 국내에서 저성장 바이러스를 창출해내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온 나라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신음하고 있는 데도 의사 역할을 해야 할 우리 정부는 시큰둥하다는 것이다. 여당의장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뉴딜이라는 처방전마저 '왕따'당하는 분위기를 보면 절망감이 앞선다. 5·31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이토록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명분(名分)이 훌륭해도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무능한 정권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성난 민심의 핵심이 아니었던가. 이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관련자들 몇몇이 구속되고 나면 또 새로운 사건이 터지면서 '바다이야기'는 잊혀져갈 것이다. 그러나 저성장 바이러스가 우리 곁에 머물러 있고 치유되지 못하는 한 우리 사회에는 제2,제3의 '바다이야기'가 증상만 좀 바꾼 채 계속 등장할 것이다. 대증요법이 아니라 원인요법이 필요한 때다. 국민 각자에게 '경제 하려는 의지'를 북돋워주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분위기 좀 창출하면 안 되나. 정말 답답하다. 尹暢賢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출처 - 한국경제 2006. 8. 2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