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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의 부적절한 '수사 예단' - 성재호
2006-08-22
盧대통령의 부적절한 '수사 예단'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여서인지, ‘바다이야기’가 등장하니 어디를 가도 온통 바다이야기 일색이다. 한번 불붙은 관심에 모두들 바다이야기를 찾아 헤맸다. 심지어 횟집으로 알고 찾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사람이 모일 만한 곳이면 어디든 사행성 오락실이 들어설 만큼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해져 있다는 점이다. 도박에 빠지면서 가산을 탕진하고 생활이 엉망이 돼버린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보도로만 접했었는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근년 들어 많은 사람이 이웃과 비교하면서 박탈감을 갖게 되고, 이것이 한탕을 기대하는 사행성 오락에 손을 대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이라는 대립적 개념을 강조한 현 정권의 양극화 논리가 일조한 건 아닌지 냉정히 짚어봐야 한다. 이와 동시에 지적해야 할 점은 노무현 대통령 조카의 ‘바다이야기’ 연관 의혹에 대해 노 대통령 스스로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단언해 버린 부분이다.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 초입에서 문제의 업체에 근무한 자신의 조카는 문제가 없다고 한 최고 권력자의 언행이, 검찰의 수사범위에 일정한 선을 긋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노 대통령의 언급이 나온 뒤 검찰의 수사 방향이 게임기 불법 조작에 맞춰 진행되는 것으로 보도되는 걸 보면, 그러한 우려가 기우에 그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하는 예단을 갖게 한다. 그런 점에서 빠른 언보(言步)를 보인 노 대통령의 태도는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비난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은 항상 ‘코드인사’로 평가돼 왔고, 그 때문에 검찰이 인사상의 불이익을 걱정하게 된다면, 대통령의 이런 말 한마디는 수사의 한계를 설정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직후 터져 나왔던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하고 말했을 때에도 그런 지적을 받았는데, 또 다시 유사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전임 대통령들이 재임 후반기에 터진 친인척 관련 비리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와 처벌을 주장한 것과는 달리, 바다이야기 사건과 자신의 친인척은 무관하다고 한 노 대통령의 언급은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바다이야기가 야기한 문제는, 일반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여 서민의 얄팍한 주머니를 털어내는 사행성 사업이며 그러한 사업에 대통령의 조카가 관련돼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런 만큼 더 신중하고 면밀한 수사를 통해 정확한 진상이 밝혀져야 이른바 ‘백’없고 힘없는 국민은 상실감을 메울 수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의 언급대로 자신의 조카는 이번 사건과 무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돼 버렸고, 사건의 핵심 업체에 현직 대통령의 조카가 근무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국민이 의혹을 갖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자두밭에 가면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이런 국민의 우려를 받아들인 탓인지 노 대통령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한 점 의혹없이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이미 뱉어 버린 말 때문에 노 대통령의 조카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국민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 대통령이 ‘그것 보라’고 나오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어떤 경우든 엄정한 검찰 수사가 이뤄져 법 적용의 평등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나아가 많은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성재호 (성균관대 교수·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8. 22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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