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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는 당청 갈등 해소부터 - 안종범
2006-08-22
경제살리기는 당청 갈등 해소부터 최근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뉴딜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기업의 출자총액제 폐지, 기업 총수 사면, 대기업 경영권 보호 조치 등을 재계에 약속할 정도로 그동안 보여 온 집권여당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계·노동계와 대타협을 이루어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아마도 지금이 바닥에 떨어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를 올리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실 ‘뉴딜정책’은 이번이 처음만은 아니다. 국민의 정부인 2004년에 이른바 ‘한국형 뉴딜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에는 당·정·청이 하나가 되어 합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은 ‘당’만 뉴딜정책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큰 차이다. 그리고 2004년에는 뉴딜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재원은 정부재정, 연기금 그리고 공기업 돈을 활용하고자 했지만, 이번에는 재원을 마련할 필요없이 경제정책방향 자체를 전환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당이 내놓은 뉴딜정책에 대해서는 웬일인지 청와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당의 뉴딜정책을 실제 집행해야 할 행정부는 최근 인사압력 파동을 계기로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졌고, 이미 시작된 ‘레임덕’으로 본격적인 복지부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커다란 걱정거리다. 과연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지키고 싶은 것인가? 꺼져가는 성장불씨와 날로 어려워져가는 민생경제를 살려내는 것 말고 그토록 지키고자 애쓰는 것이 무엇이라는 말인가? 모든 사안을 보수와 진보 그리고 성장과 분배 또 가진 자와 못 가진자로 구분해서 판단하려는 습관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말 아닌가? 마치 뒤로 돌아앉아서, 과거만 보고 있어서, 온 국민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미래의 희망을 볼 능력과 의지 또한 없는 것은 아닌가?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의 경제에 얼마나 큰 일이 닥쳤는지를 한번 짚어보자. 우리 경제는 지금 성장잠재력을 상실하여 세계경제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을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경기순환상 나타나는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인한 장기침체라는 데 있다. 내수와 설비투자가 수년 동안 부진하고, 수출의 실익마저 대폭 줄어들었으며, 나아가 정보기술 산업도 한계에 봉착하는 등 구조적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더구나 적자재정이 수년 동안 이어져오면서 적자국채를 해마다 발행하고 있고, 나랏빚은 엄청나게 늘어나는 등 나라살림의 주름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다가 세계 최저 출산율과 세계 최고속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의 성장률은 더욱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 뻔하고 나라살림의 부담 또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거의 절망적 수준이다. 청와대는 지금의 위기와 ‘레임덕’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을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한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하던 대로 그냥 밀어붙이자는 고집은 마지막 남은 국민들의 희망마저 저버리는 것이다. 부디 양분법적 논리와 과거지향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서 우리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하루라도 빨리 파악하고 경제살리기에 온 힘과 정열을 쏟기를 바란다. 우선은 뉴딜정책을 둘러싼 당청갈등의 매듭을 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는 우리 경제전반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4대 사회보험 부과징수 통합조치와 같은 국민중심의 적극적인 발상을 경제살리기에서도 내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은 임기 1년 반은 정권 연장의 여부를 떠나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우리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렇기에 노무현 정권의 역사적 심판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8. 21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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