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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대책, 이대로 좋은가 - 최창규
	2006-08-14
비정규직 대책, 이대로 좋은가 최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31만2000여명 가운데 5만4000여명을 내년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이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재계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용을 보장하는 정책을 펴 온 유럽보다도 오히려 유연한 노동시장을 가진 미국이 상대적으로 더 실업률이 낮은 것을 보고는 유럽 국가들마저도 이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실시된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 중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라는 제안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가 하기 어려웠던 개혁과제 가운데 하나로서 우리 경제가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힘들지만 받아들여야 할 정책이었다. 이와 함께 당시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정책이 시행됐다. 그 결과 금융기관이나 기업들 중 회사 자체가 없어지거나 많은 직원이 정든 직장을 떠나갔다. 이렇듯이 우리의 민간부문은 살을 깎는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서 지금 새로이 거듭나고 있다. 그 반면에 당시 정부 및 공공부문의 경우에는 개혁을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한 채 외환위기 종료를 맞게 됐던 것이다. 최근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근로자의 정규직으로의 전환정책은 직접적으로 국민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게 되거나 공기업의 인건비 지출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 지금 민간부문에서는 국내외적인 악재들로 인해 기업 경영에 있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런데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공무원 감축, 우정공사와 같은 공기업의 민영화 등을 통해 정부 및 공공부문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가려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공기업의 민영화는커녕 오히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등 많은 납세자의 기대와는 상반된 길을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과도한 보장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정된 인건비 재원을 가진 대부분의 기업은 정규직 근로자들의 대폭 양보가 있어야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이 가능하다. 정규직 근로자들이 지킬 것은 다 지키면서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에로의 전환을 대폭 허용하게 되면 기업의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다. 근로자들의 고용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이상’이 ‘현실’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도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에로의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직면한 기업은 극단적으로 고용을 줄이게 되거나 혹은 과도한 고용보장 부담으로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새로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의 실업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와이브로’라는 휴대인터넷 기술 개발을 통해 올해부터 2012년까지 27만명에 이르는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기업 활동의 성과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나 공공부문은, 국민이 어려운 민간기업 활동을 통해 힘들게 벌어서 낸 세금을 쓰면서도 스스로의 엄격한 구조조정 노력도 없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정책을 내세울 게 아니다. 한정된 예산을 아껴 가면서 미래 세대를 먹여 살릴 기술 개발과 기업 육성을 위해 민간과 함께 전력을 다하고, 또한 우리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조금이라도 제도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여러 모로 어려운 민간부문의 살림살이를 도외시하고 정부나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혜택만을 우선적으로 부담 없이 시행하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를 아직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8. 1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