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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동해 시대 열자 - 김진현
2002-04-16
황·동해 시대 열자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인가. 1985년 일본 엔(円)화 절상과 미국경제의 추락이 겹쳐 21세기는 일본의 세기, 일본 문명의 세계라는 소리를 듣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89년 전후 냉전종식으로 미국은 군사력 독주에다 정보기술(IT).신경제로 부활하고 일본은 '잃어버린 90년대'와 '병자(病者)일본'을 남겼다. 제조업 세계 최대 기지로 그러나 2000년 들어서면서 미국의 능률과 기준, 명예를 상징하는 것들이 상처를 입고 있다. IT 거품, 앤더슨과 엔론 스캔들, 대통령선거 개표의 진실성 소동, 무엇보다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9.11 테러는 미국의 장래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명충돌적 문제인 아랍.이슬람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비켜서 있는 황해.동해 지역(이른바 동북아)의 한국.일본.중국은 오히려 평화를 누리고 지역내 종교.인종갈등도 상대적으로 덜 폭발적인 듯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성장이 2020년께엔 미국을 앞지른다는 경제예측 보고서들까지 겹쳐 다시 한번 21세기는 아시아시대, 더 정확히는 황.동해시대라는 자부.자랑.척외(斥外)열정이 머리 들고 있다. 이미 자동차.조선.반도체.컴퓨터.TV.냉장고.의류.완구 등 세계 제조업 주종상품의 최대생산기지.공급지는 바로 황.동해지역이다. 따라서 세계최대 물류기지가 되고 있다. 20년 뒤면 정보.생명.나노 등 원천기술에서도 상당한 정도로 미국 따라잡기나 뒤집기가 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이미 현재도 세계외환보유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금류(金流=金融)의 세계적 중심지가 될 잠재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황.동해 지역이 거치고 있는 근대화.근대경제성장의 실체나 그 과정의 특징들을 보거나 이 지역의 세계중심이 되었을 때의 세계질서를 생각하면 '중심'이라는 말은 쓸 수가 없다. 현재까지 확실한 것은 '세계문제군'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이 지역 근대적 삶의 내용에서 본질적 변화가 없는 한 이 지역의 근대화는 바로 에너지와 물부족.배출.쓰레기 처리라는 지구적 문제군의 중심이 된다. 세계 최악의 공기오염지역이 만주의 번시(本溪)이고 둘째로 오염된 바다가 황해이고, 최악의 10대 공해도시 중 반 이상이 이 지역에 있다. 중국이 현재 한국수준(인구 4명당 1대)의 자동차 보유국이 되면 3억대, 일본수준(인구 4명당 3대)이면 10억대가 된다. 현재 세계 석유생산량을 중국 혼자서 다 써도 모자라는데 한국은 이미 석유수입 3위국이다. 흔히 유(U)턴 이론을 내건다. 근대 경제성장 과정에서 초기에는 소득분배구조.환경.사회통합이 악화되지만 성장이 더 고도화되면 다시 완화.해결된다는 이론이다. 그것은 2백30년의 긴 시간에 걸쳐 세계인구가 10억에서 20억 규모일 때 그 중에서도 10%에 불과한 미국과 서유럽 경험 중의 한 부분이다. 세계인구 25%의 황.동해인 15억(그리고 곧이어 인도양제국을 합친 60%)이 50~6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서양 시민들보다 훨씬 높은 욕망수준의 삶을 추구할 때 세계의 경제.사회.정치.안보구조는 근대적 틀에서 변질할 수밖에 없다. 물부족.공해 대책도 긴요 이 지역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는 자율시민의 공동체와 공동선 추구가 아니라 개인이건 집단이건 이기주의화되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한국의 좌경적 민족지상(至上).중국 제4세대 지도자들의 대외경시 등은 이 지역을 내향화(內向化).쇼비니즘.척외(斥外).포퓰리즘.원색적 민족주의화로 치닫게 할 것이다. 이 지역 15억 생명이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과 질서는 무엇일까. 대체농업.대체교통.대체에너지 그리고 욕망보다는 필요에 기초한 소비로의 전환이라는 황.동해 평화시스템이다. 이의 정보적.지성적.시민적 주체 형성이 시급하다. 세계 어느 지역보다 세계적.지구촌적이길 요구받고 있고 그런 지구사회적 질서창조를 재촉받고 있는데 안으로는 더욱 척외(斥外)적이 되어가고 있다. 황.동해가 21세기 세계인류문제군의 중심지역이고 우리 모두는 지구인이 돼야 하는 우리 삶의 실체를 자각하는 일이 정말 다급하다. 金 鎭炫(前 서울시립대 총장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중앙일보 2002. 4. 16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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