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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작통권 환수, 서두를 이유 없다 - 남주홍
	2006-08-07
전시작통권 환수, 서두를 이유 없다 지난주 전직 국방장관 13명이 윤광웅 국방장관을 만나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의 위험성을 지적하자 바로 그 다음날 윤 장관이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등 이 문제는 지금 작게는 한미동맹, 크게는 한국안보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다. 첫째,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가 단독으로 행사하게 되면 정부는 자주국방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비판론자들은 한미안보동맹의 해체를 가져온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비판의 핵심은 우리 군을 못 믿겠다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의 기본의도에 대한 불신에 있다. 한마디로 과거 친미·보수 정권 시절 같았으면 국방중장기계획 이해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는 사안이나, 노무현 정부가 ‘좌파성향’으로 반미자주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도에 대해 일종의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음모론을 해명해야 할 근본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다. 미국과 대립을 서슴지 않는 ‘반미주의자’로 인식된 노 대통령이 북핵 옹호와 미사일 침묵 등 일련의 ‘친북 언행’의 연장선상에서 전시작통권 조기환수와 연합사 해체를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작금 작통권 향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의 솔직한 심정인지도 모른다. 둘째, 남북한 군사대치의 특수성에 따른 전략과 전력의 공백에 관한 문제이다. 전시작통권 단독행사를 위해 국방중기계획대로 짧게는 2012년 길게는 2020년까지 첨단군사력 건설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이는 오직 현존 휴전체제가 온전히 유지된다는 절대적 가정하에서이다. 그렇지 않고 만약 그 기간 이전에 휴전체제의 ‘빅뱅’을 초래할 수 있는 북한의 급변사태 같은 준전시 상황이 발생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즉 작통권 이양으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연합사가 해체되면 일시적인 전력 공백과 연합작전계획의 부재 현상이 불가피한데, 만약 이 시기에 핵과 미사일 위기가 폭발하거나 북한 내부 상황이 급변해 미국과 북한, 그리고 남북한 간에 우발 및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우리 안보가 홀로서기의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정부는 우리 군의 능력과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면서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과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전개가 보장되어 있다고 하지만, 이는 지나친 낙관론으로서 이론과 실제 공히 안보정책과 전략의 기본도 모르는 소리이다. 제로섬 게임식 군비경쟁 구도에서 어느 한쪽의 연합작전체제가 해체되면 그만큼 평시 전쟁억지력에 대한 오인이 생기고 이는 곧 전시방어력에 대한 오판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전사(戰史)의 상식이다. 셋째, 윤 장관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의 대외 안보공약은 반드시 정치적 전제가 깔린 군사공약이라는 양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른 예를 들 것도 없이 과거 베트남전 당시 미국·월남 동맹관계를 보자. 1973년 1월 파리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주월 미군이 전면 철수하게 되자 당시 티우 월남정부는 고립무원을 우려, 미국의 안전보장 각서를 요구했고, 미국은 무마용으로 이에 응했었다. 그러나 1975년 4월 막상 월남이 월맹군의 침공으로 붕괴위험에 처하자 미 행정부와 의회는 티우 정권이 이미 국민적 신임을 잃었다며 지원을 거부해버렸던 것이다. 즉, 미국은 안보공약의 신뢰성을 군사적 약속이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먼저 접근한 것이다. 9·11테러 이후 이 경향은 오히려 더 강화되는 추세에 있으며 우리가 일단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한미동맹은 유명무실해진다고 경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전시작통권이 실용적 정책과학과 합리적 전략논리 차원이 아닌 좌파정권의 무모한 모험과 야심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국민의 불안과 미국의 불신이 생긴 것이다. 따라서 이 정부가 이 문제를 서두를수록 안팎의 위기심리는 가중되고 만약 이것이 작금 북 내부의 심상치 않은 동향과 맞물릴 경우 그야말로 총체적인 안보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8. 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