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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6 재·보선의 진정한 의미 - 박효종
	2006-07-27
7·26 재·보선의 진정한 의미 7·26 재·보선이 24.8%로 사상 최저의 투표율이라고는 하나, 그 결과를 보면 민심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열린우리당은 안간힘을 썼지만 1석도 얻지 못함으로써 재·보선 연패의 부끄러운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더구나 민주당의 조순형 후보가 2년 전 ‘탄핵’의 주역이었음을 상기해보면 이번 그의 극적인 승리는 한나라당보다 정부 여당에 뼈아픈 일격으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이 참여정부의 아마추어리즘과 총체적 실패에 대해 ‘피로감’을 넘어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투표율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국민이 지방선거를 통해 정부 여당의 국정 수행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 불과 두 달 전의 일이다. 한동안 엎드려 있는가 했더니, 최근 또다시 코드인사를 강행하고 실효성없는 ‘말의 정치’로 회귀하는 등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인 것이 유권자들에게 ‘역시나’의 느낌을 준 것이다. 한나라당은 왜 재·보선 불패 행진을 이어가지 못했을까. 물론 표면적으로는 수해골프파문이 직접적 이유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한나라당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는 받을지언정 ‘신뢰’는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집권에 대한 의지는 강력하지만, 자기 혁신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한나라당이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데 ‘지지’를 보내는 것일 뿐, 수권정당으로서 한나라당의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신뢰’를 할 수 있는지는 반신반의하는 것 같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가장 고무된 정당은 민주당이다. 물론 민주당으로서 반색을 할 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다. 서울에서 1석을 건짐으로써 지역당의 이미지를 다소 벗어나 전국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잉 자만심은 금물이다. 이번 재·보선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정부 여당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에 1승을 두고 지나치게 흥분해서는 곤란하다. 생각해보면 탄핵역풍이 불던 2004년 총선을 제외하고 민심은 선거 때마다 국정 무능을 혹독하게 심판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참패를 했다고 해서 반성하고 고치기는커녕 면책특권을 가진 것처럼 행동해온 것이 국민의 마음을 얼어붙게 한 것이다. 이번의 명백한 선거 결과를 놓고도 “여론의 한 흐름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선거에서 한두번 지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고 강변할 것인가. 대통령단임제라고 해서 임기 동안 민심과 동떨어져 정치를 하겠다면 독선의 정치일 뿐 책임정치는 아니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국가적 위기상황이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그렇고 주변국들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또 기습 폭우로 인한 물난리도 많은 사람을 시름에 빠뜨리고 있다. 경제성장 실적이 좋지 않은데, 산업 현장도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이 최대의 시련에 처하고 있는가 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냉철한 손익계산보다는 반미감정 등과 어울어진 반대 시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이라면, 현실과 맥락을 감안하며 세심하고 신중하게 대처해야지 선문답과 같은 언사로 일관해서는 곤란하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위기에 대해 실사구시적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감상적인 생각과 말만 쏟아내 놓으니 유권자들은 불안한 것이다. 지금 정부 여당에 있어 중요한 것은 선거참패를 희한한 논리로 변명하려 들 게 아니라 ‘국익’이 무엇이고 ‘국리민복’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일이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그런 고민을 하라고 국민의 의견을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표현한 게 아니겠는가.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06. 7. 2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