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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정부의 역주행, 낙하산 인사 - 윤창현
	2006-07-26
'개혁'정부의 역주행, 낙하산 인사 한때 미국 언론에 ‘패러슈트 키즈(parachute kids)’라는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말 그대로 하면 ‘낙하산 타고 내려온 아이들’이다. 이 말은 한 때 미국에 온 조기 유학생 가운데 부모없이 홀로 온 유학생들을 가리켰다. 대만 출신이 많았는데 어린 나이에 혼자 온 이 유학생들이 외로움을 달랠 겸 함께 어울리다 성문제 마약문제 등 각종 탈선행위를 일삼으면서 사회문제가 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낙하산이 이슈가 되고 있다. 다른 게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낙하산 타고 내려온 어른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패러슈트 어덜트’라고나 할까. 최근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진행된 상황은 낙하산 인사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386 운동권 출신, 회계사, 노동운동에다 여당 후보의 선거참모 경력을 가진 40대 초반의 인사가 고위직에 내정되자 노조가 반발, 파업을 결의했고 곧이어 임명을 위한 주총은 연기됐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이 이어지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거들었다. “코드 인사나 낙하산 인사가 나쁘다고만 할 수 없으며 성공 케이스도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내건 개혁 시리즈 가운데 하나는 인사개혁이었다. 인터넷 추천, 청문회, 철저한 검증 과정, 기관장 공모제 등 여러 가지 제도와 검증 메커니즘을 통해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고 열심히 떠들어댔지만 결과가 고작 요거냐는 불만이 최근 쏟아지고 있다. 이들 제도가 잘 작동했다면 그야말로 ‘진흙 속의 진주’들이 발굴되어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사들이 대거 요직에 진출하고 새바람을 불러일으켰어야 할 게 아닌가. 그러나 결과는 어찌된 셈인지 그 반대였다.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몇몇 ‘왕의 남자’들이 돌아가면서 주요 자리를 독차지하는 ‘회전문 인사’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이런 결과를 보며 참여정부의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이 새삼 확인됐고 이를 보는 국민의 실망도 배로 커지면서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에 대한 불만도 증폭된 것이다. 이 정부가 제창하여 그런 대로 추진되는 몇 안 되는 어젠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전략이다. 정부는 국내 금융시장을 세계적인 금융시장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중이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기관의 하나가 바로 한국증권선물거래소다. 정부는 작년에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을 한 데 모아 단일 거래소를 출범시켰다. 이 조직은 이제 동북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망라한 핵심적인 자본시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야심차게 출범시킨 거대한 단일 거래소의 고위직에 이 정도의 연륜과 경력을 가진 인사를 임명하겠다는 것을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스스로 발등을 찍겠다는 것인가. 게다가 증권선물거래소를 둘러싼 인사 문제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초대 이사장 선임부터 문제가 불거졌었다. 정부는 자신들이 미리 찍어둔 후보가 제외되자 추천된 3명의 인사를 모두 자진사퇴 형식으로 밀어내버리고 재공모를 단행한 바 있다. 이처럼 뼈아픈 기억을 가진 조직에서 이번에는 낙하산 인사 문제로 노조가 파업을 하느니 마느니 하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면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목표는 너무 무색해지는 게 아닌가. 낙하산이 나쁘지만은 않고 성공 케이스도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잘못하면 ‘정권 끝날 때 됐으니 찬밥 먹던 동지들, 더운 밥 좀 먹여주자’는 말로 해석돼 낙하산 인사를 더욱 과감하게 추진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아직도 1년반이나 남았다. 초심을 회복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인사가 곧 만사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7.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