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민심 저버린 쟁의 설 땅 없다 - 김태기
	2006-07-24
민심 저버린 쟁의 설 땅 없다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폭력 점거와 농성 시위가 8일 만에 노조원들의 자진해산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점거농성 사태의 후유증은 심각하고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포스코 사태는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파업 성과는 없고, 일반 사람들이 노동조합의 파업을 노동운동이라기보다는 폭력사태로 바라보게 하는 자충수를 초래하였다. 또한, 노동조합의 파업을 사용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반 사람들을 상대로 한 위협으로 보이게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노동계의 파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시각은 갈수록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는 불난 데 휘발유를 끼얹는 식으로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여론을 악화시켰다. 또한 노동계의 불만이 무엇인지 국민을 이해시키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더욱이 점거 농성을 끝내고 나온 노조원이 일성으로 집행부의 장난에 놀아났다며 분노를 터뜨림으로써 노조 집행부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이 더 심화하였다. 건설노조 국민 외면에 백기 현재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 파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지금까지 1994년 한 차례 빼놓고 해마다 파업을 벌여왔다. 현대자동차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이은 정몽구 회장의 구속수감 등으로 경영위기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노조의 파업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현대차노조는 파업에 중독되었느냐는 등의 비판적인 여론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현대차노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한술 더 뜨는 자세를 보였다. 현대차노조 파업으로 울산 경제가 멍들고 있다며 지역 경제단체들이 파업 중단·임금동결 등을 요구하자, 지역 노동계는 임금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할인점이나 식당 등을 이용하지 말자는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중소상인들을 상대로 한 ‘소비파업’까지 벌였다. 최근 현대차노조가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기로 함으로써 이번 현대자동차노조와 포항건설노조의 단체교섭은 보다 큰 관심을 끌었다. 노동계는 산별노조가 되면 사회적 책임 때문에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노사 관계의 안정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계는 산별노조가 되면 파업이 빈발하고 과격해진다고 우려했다. 산별노조 전환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론적으로 보면 산별노조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의 실제 경험을 보면 노동계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산별노조가 되면서 협상의 이슈가 사업장 단위에서 해결할 수 없는 정치적 이슈로까지 확대되고, 파업도 사용자뿐 아니라 정부, 심지어 일반 국민을 상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노동운동은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그 기반은 흔들리고 만다. 노동계 지도자들은 지금이라도 국민이 노동운동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선 과도하고 폭력적인 파업에 대한 노동계 지도자들의 반성이 필요하다. 파업이라는 수단이 녹슨 칼로 전락해서도 안 되지만, 남용하고 과용함으로써 그 위력을 스스로 무뎌지게 만들어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소비파업' 현대차노조 눈총 또한 산별노조의 장점을 아무리 주장하더라도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및 파업 행태를 개선하지 않고는 국민에게 노동조합의 주장을 이해시킬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사용자에 대한 협상력도 키우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노동운동, 사용자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서 불특정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노동운동이라면 국민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7. 2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