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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만원짜리 구멍 난 청바지 - 노부호
	2006-07-18
100만원짜리 구멍 난 청바지 지금은 ‘두뇌와 브랜드’(Brain & Brand) 시대이다. 얼마 전 패션으로 유명한 일본의 오모테산도힐이라는 백화점에서 무릎에는 구멍이 나있고 군데군데 누빈 청바지의 가격이 100만원이나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혹시 내가 가격을 잘못 봤나 하고 한 번 더 확인해 보기도 했다. 그 청바지는 우리의 전통적 생각으로는 거지나 입을 옷인데 신사복보다 더 비쌌던 것이다. 비싼 이유는 돌체 앤드 가바나(Dolce & Gabbana)라고 하는 브랜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아이디어이고 창의력이다. 이제는 그냥 잘 만들어서는 안 되고 머리를 써서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이다. 잘 만든 청바지는 1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우리는 세계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똑같이 만들어 낼 정도로, 물건 만들기로 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만들기만 해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우리도 이제 머리를 써서 창의적으로 물건을 만들고 브랜드를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브랜드가 중요하고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이다. 창의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율성이다. 자율성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은 모든 종업원을 사업가로 만드는 것이다. 사업을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소규모 사업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환경변화에 따라 생성되고 해체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일본 기업 ‘교세라’에서 도입한 아메바 조직의 기본개념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경영은 ‘보고, 지시하는’ 형태에서 ‘대화, 협력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다. 두뇌와 브랜드 시대에는 개인의 브랜드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기업 브랜드이고 마지막으로 국가 브랜드이다. 황창규가 있을 때 삼성전자가 있고 삼성전자가 있을 때 한국이 있다는 말이다. 자율성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인권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경영권이고 제일 마지막이 통치권이라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국력(군사력)이 가장 중요했고 그 다음이 기업이고 개인은 제일 마지막이었다. 기업은 국가를 위해서 희생하고 개인은 기업을 위해 희생하는 시스템이었다. 몇 년 전 외환위기 당시 LG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넘겨준 것은 경영권이 통치권에 압도당한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국가운영 시스템이 아직도 존재한다면 우리는 창의적 선진국가를 만들 수 없다. 개인 브랜드가 확립되는 경영시스템은 인력개발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경영이다. GE나 도요타가 왜 최고 기업인가. 경영층이 인간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하는 인식과 믿음에 기초를 두고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할 뿐만 아니라 경력개발계획을 통해서 사람들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어떤 능력이 개발되어야 하는가에 기초를 두고 역량개발을 위한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인력개발에 관심을 갖는 회사는 개인의 성과와 능력 평가를 잘하고 있다. 대체로 종업원을 상·중·하로 분류해 창의력 있는 상급(좀 더 세분하면 특상급) 인재를 확보하여 특별관리하고 있다. 적절한 보상과 직급파괴의 조직운영도 창의력 개발에 필요하다.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앞서 나가는 기업들은 이미 부하 직원이 상사보다 3배의 월급을 받기도 하고 임원이 팀의 일원으로 일하기도 한다. 이익공유제도를 통해서 연봉의 50%까지 지급하기도 하고 연구개발(R&D) 인력은 프로젝트 인센티브를 받아 사장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세계적 선도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모방체제에서 벗어나 창조적 경영시스템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조선일보 2006. 7. 1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