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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반대가 해법일 수 없다 - 류동길
	2006-07-10
한미FTA 반대가 해법일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어디로 갈 것인가. 10∼14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FTA 제2차 본협상은 협상 자체도 만만치 않지만 반대론이 확산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12일에는 농민과 노동자, 시민단체들이 대규모 반대 시위에 나선다고 한다. 민노총은 협상 저지를 위해 12일 하루 총파업을 벌인다고 한다.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는 직접 관련도 없는 FTA 협상이 왜 파업의 대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6개 부처는 공동담화문을 발표, 평화적 시위는 보장하겠지만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 강조해야 하는 정부의 처지가 딱하다. 정부가 불법 시위를 걱정하는 것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불법 시위에 경찰과 군인이 다쳐도 별 문제를 삼지 않은 정부가 아니던가. 지난 6월 제1차 협상 때 한국원정투쟁단의 워싱턴 시위는 합법적이고 평화적이었다. 왜 미국에서는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고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는가. 불법 폭력시위를 한국 정부는 법대로 다스리지 않기 때문이다. 찬반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FTA 공청회도 반대세력의 물리적 저지로 무산되거나 파행을 빚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자. 천성산 터널공사, 새만금 간척사업, 위도 방폐장 건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을 반대하던 사람들과 단체는 막대한 예산 낭비, 국가적 에너지 낭비를 초래했다. 하지만 어떤 책임도 그들은 진 적이 없다. 불법시위도 적당히 넘어간다는 사실만 확인시켰다. FTA에 대한 찬반(贊反) 의견이 왜 없겠는가. 정부가 국민 각계각층을 설득하고 국론을 모으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그런 노력은 미흡했고, 일부 방송은 FTA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켜 전문적 견해를 가지지 않은 일반국민을 오도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현재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300개 이상의 지역 무역협정 가운데 약 70%가 FTA다. WTO 발족으로 지역주의가 쇠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WTO 차원에서 진행되는 다자간 협상에 만족하지 못한 나머지 FTA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거대한 유럽연합(EU)이 탄생했고 중화(中華)경제권이 통합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미국과 대만이 FTA를 우리보다 먼저 체결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한미 FTA 협상은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선택한 정책이다. FTA가 체결되는 경우 농업과 서비스부문 등 우리의 저생산성 부문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문의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래서 이들 부문에 대한 근본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과의 FTA 체결은 우리 경제와 사회 전체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수출시장이 확대되고 안보 리스크가 그만큼 줄어들 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제도와 관습 등을 국제기준에 맞춰 가야 하므로 그 과정이 바로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0일 새벽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끝난 독일월드컵에서 세계의 축구 수준이 높다는 걸 우리는 다시 확인했다. 과거 히딩크 감독은 강한 상대와 싸워 크게 지면서도 그걸 강팀을 만드는 연습과정으로 치부했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강팀, 강한 선수와 경기를 해야 기량이 발전한다고 했다. FTA도 이와 다를 바 없다. FTA 반대는 국제경기를 외면하고 국내경기만 고집하며 실력을 쌓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운동경기에서는 상대에 따라 작전도 달라진다. 상대의 주장에 치밀하게 대응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FTA 협상을 기대한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7. 1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