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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의 자유, 신문기업의 자유 - 강경근
	2006-07-10
신문의 자유, 신문기업의 자유 헌법재판소는 '신문 등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중재ㆍ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중 일부 조항은 위헌이라 하고 일부조항에 대해서는 합헌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재 결정이 언론과 국가 그리고 시장 관계에 대하여 1980년 '언론기본법'으로 상징되는 '언기법시대'와 1987년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로 대표되는 '정간법시대' 이래 2000년대 언론 위치를 자리잡게 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원한다. 그 점에서 헌재가 오늘날 신문이 "독자의 의견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론 주도층이나 지식층을 비롯하여 일반 대중도 신문 보도와 논평을 통하여 정치적 의사 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에 기초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한다. "는 인식에서 논지를 전개한 점은 타당하다. 하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시장경제 원칙과 기본권으로서 언론의 자유를 이상하게 접목시킨 신문관(觀)으로 인하여, 이를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여전히 다수 신문의 존재와 경쟁은 신문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신문시장의 독과점과 집중을 방지함으로써 신문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신문기업 활동의 외적 조건을 규율하는 것은 정당하고 또 필요하다"고 함으로써 '신문'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과 '신문시장'에서 '신문기업'의 독과점을 방지하는 일이 논리적 상관성을 찾기 어려운 별개 영역임을 잊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신문의 다양성 확보는 신문시장 속에서 독자의 선택권에 맡겨진 영역이다. 이를 신문기업을 제한함으로써 얻어지는 결과물로 보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업의 자유의 관계를 혼동한 것이다. 헌재는 이미 1998년 내린 결정에서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일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이 같은 선행 결정에도 배치된다. 이렇게 헌재가 신문과 신문기업의 타당한 영역을 혼동한 결과 비록 공정거래법보다 더 쉽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여 거기에 해당하는 신문기업에 기금 지원에서 차별을 행하는 등으로 신문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규정은 위헌으로 하였지만, 그외 많은 규정들에 대한 판단은 '열심히 일한 사람 때리기' 식의 논리로 그르치게 판단하였다. 헌재가 신문기업 경영자료 신고의무를 합헌이라 하면서 든 이유도 그렇다. 먼저 그 전제로 든 "오늘날 기업은 더 이상 개인 전유물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적 조직체"로 보는 그 시각 자체가 우리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 질서 원칙에 반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기업을 이해하니, 신문의 공적 기능과 신문기업의 성격을 혼동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신문기업은 일반기업에 비하여 공적 기능과 사회적 책임이 크기 때문에 그 소유구조는 물론 경영활동에 관한 자료를 신고ㆍ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판지(判旨)를 공연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신문의 자유와 신문시장에서 신문기업의 자유를 혼동하니, 언론과 그 피해자간 관계에 대해서도 언론의 자유를 과잉으로 제한하여 언론사의 고의ㆍ과실이 없어도 정정보도청구를 가능하게 한 규정을 합헌이라 하고 또한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의 시정권고 신청도 그것이 언론사에 대하여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데 그친다는 단순 논법으로 각하로 결정하였다. 이들 규정은 언론 기능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과잉금지와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의 기본권 제한 입법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큰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 헌재 결정은 언론의 자유가 전제로 삼고 있는 사상의 자유시장론을 비판한 마르쿠제(Herbert Marcuse)의 "경제와 정치권력의 집중 때문에 존재하게 되는 편견 때문에 진실한 자유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우둔한 견해가 침묵해야 한다"는 마르크스적 비판을 차용하였다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헌재 결정이 내려졌다. 국회는 위헌으로 결정된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 자체를 당연히 삭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각하 결정이나 합헌으로 결정된 조항들, 예를 들면 경영자료 신고의무, 신문과 뉴스통신ㆍ방송 겸영 금지, 신문발전기금과 신문발전위원회, 국고지원을 받는 신문유통원 등 규정들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이를 폐지하거나 명확하게 축소 제한하여 신문의 자유를 신문기업의 경쟁질서와 구분하여 언론의 자유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 2000년대에 걸맞은 자유로운 신문 질서가 스스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6. 7. 10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