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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千법무의 소신과 검찰권 침해 우려 - 성재호
	2006-07-07
千법무의 소신과 검찰권 침해 우려 6월말로 천정배 법무장관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천 장관은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알려진데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 집권당 원내대표 출신이라는 점에서 입각 그 자체만으로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취임 후에는 튀는 언행으로 논쟁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다. 천 장관의 1년 행적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 교수의 신병처리와 관련해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다. 당시 수사지휘권은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고, 급기야 검찰총장이 사퇴까지 했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제8조에 규정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 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의 제정 목적은 검찰의 수사권 독립을 보장하자는 데 있다. 즉, 법무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일선 검사들에게 외압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검찰총장이 바람막이 역할을 하도록 보장하는 게 이 법 조항의 제정 의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법무장관이 구체적 사건의 피의자 구속 여부를 지휘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특히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사건은 보수와 진보단체 간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건이었다. 이런 사건에 대해 천 장관이 나름대로 교통정리를 해준 결과가 되어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것이다. 천 장관은 그 건 이후에도 검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자주했다. 삼성 에버랜드 건에 대한 발언이 그 예다. 지난 2월 국회 법사위에서는 그 건과 관련, ‘에버랜드 이건희 회장을 소환 수사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법무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천 장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건은 무조건 기소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7월3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에버랜드 수사는 적절치 못했고, 에버랜드 사건에 2명만 기소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피의자 기소 여부는 전적으로 수사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검사가 판단할 문제다. 천 장관의 이런 발언은 검찰의 수사 독립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에버랜드 건은 법원의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법무장관의 발언이 사법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3권분립마저 훼손할 수 있다. 또 강정구 교수 건과 삼성 에버랜드 건에 대해 천 장관은 불구속 기소, 구속 기소 등 자기 주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일선 검사들은 인사권을 쥐고 있는 법무장관이 행여 자기 담당 사건에도 개입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판국이다. 천 장관은 우리나라 법무 행정의 수장이자 공인이다. 천 장관의 발언 하나하나가 개별사건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천 장관의 그런 태도는 형식적으로 법의 논리를 빌린 검찰권 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천 장관이 개별 사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싶으면 정치권으로 돌아가서 하면 된다. 천 장관은 큰 뜻을 품은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장관 재직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뜻을 염두에 두고 인기 영합적 발언을 한다면 천 장관 개인은 물론이고 나라 장래를 위해서도 옳지 않은 일이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천 장관이 공직자의 귀감이 되고, 국민의 신망을 받아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기원해 본다. 성재호 (성균관대 교수·법학, 학생처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7. 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