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새 경제팀과 마(魔)의 삼각지대 - 김병주
	2006-07-07
새 경제팀과 마(魔)의 삼각지대 버뮤다 섬,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그리고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을 연결하는 ‘버뮤다 삼각지대’는 역사상 수백 척의 선박 및 항공기가 원인 불명으로 실종했대서 신비한 ‘마(魔)의 삼각지대’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비의 베일은 벗겨졌다. 사고 원인은 항해미숙·계기고장·화재 등으로 밝혀졌고, 그 정도 면적의 해역에는 어디에나 그만한 사고들이 있었다고 런던 로이즈 보험사의 기록이 말한다. 현 정부 들어서 네 번째 경제부총리가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퇴장한 세 명의 부총리들 면면을 뜯어보면 모두 발군의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저런 사유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고 도중하차했거나 의혹사건 연루혐의를 추궁받고 있다. 머릿속에 청와대, 여의도 그리고 과천을 권력의 세 축으로 하는 ‘마의 삼각지대’가 문득 떠올려진다. 아무리 유능한 관료라도 이 삼각지대에 들어서 고도 항해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날개를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비실비실 추락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의 삼각지대의 사고실체를 밝히지 않고서는 경제호전도 국민 후생의 증진도 기대할 수 없다. 버뮤다 삼각지대가 속설처럼 외계인의 UFO 탓도, 괴이한 지구중력 탓도 아니고 사람들의 사소한 실수 탓이었듯이 서울의 삼각지대도 지극히 평범한 데 원인이 있어 보인다. 국민의 정치경제적 시야는 좁고, 집단행동은 비이성적이다. 웬만한 지역마다 하나씩 정당 깃발을 꽂으면 표가 몰린다. 스스로 공익 대변자임을 주장해 다수 국민의 이익을 가로채는 NGO꾼들의 군웅할거가 관료들에게 시달림을 준다. 여의도에 진출한 정당들은 폭넓은 이념과 이해관계의 스펙트럼을 지녔다. 이는 국민의 다양성을 반영한다는 긍정적 측면보다 정당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부정적 측면으로 작용한다. 정책심의가 일관성·합리성의 두 잣대를 버리고 그때그때의 대중적 인기에 휘둘린다. 전문지식이 짧은 의원들일수록 대국민 홍보용 장관 호통치기 게임에 탐닉한다. 새 경제팀은 여의도의 혼돈에서 질서를 지키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 혼돈에서 질서 지키기, 정책 수립 집행과정에서 합리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다시 말해서 경제정책에서 정치색깔 탈색하기가 직업관료들의 본분이다. 어려운 고등고시 관문을 통과한 자부심과 직장보장의 갑옷으로 무장된 공직자라면 의당 행동규범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무쇠 밥통의 갑옷도 인사권이라는 창과 공명심이라는 자기 주머니 칼 앞에 무력하다. ‘코드인사’라는 말이 나도는 요즘 더욱 그러하다. 북악산 아래 집에서는 벌써부터 레임덕 현상을 걱정하고 있어 앞으로 관료 다그침이 드세질 것이다. 요즘 국민들이 장관들 이름 모르고 사는 까닭은 직책과 힘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감지되고, 경제정책의 수장(首長)이 누구인지 분명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리더십 실종이란 얘기다. 부총리, 정책실장, 비서관, 보좌관 중 직급이 낮을수록 권한이 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당신이 경제 대통령이야” 하고 믿고 맡기는 윗분도 없고, 대선 전에 개각 없으란 보장도 없다. 선거정국에 들어서면 경제논리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악수(惡手) 두도록 강요받기도 할 것이다. 새 경제팀은 유능·청렴·선량한 인물들로 짜여 있다. 자리에 머물 시간은 짧고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치솟는 국제 에너지 가격, 미끄러지는 환율은 어려움의 일부일 뿐이다. 경기불황도 살리고 고용도 늘려야 한다. 일단 거론한 한·미 FTA는 토론장만 벌일 것이 아니라 성사되도록 매듭지어야 한다. 돈 쓸 궁리에 능한 정치권과 비경제 부서를 유한한 국가자원 제약의 틀 속에 묶어야 한다. 이러자면 쓴소리도 해야 한다. 지난 경험을 보면 고분고분해도 갈리고 이따금 제 목소리 내도 잘렸다. 부디 길게 넓게 보고 국민경제의 갈 길을 바로잡은 경제팀으로 기록에 남기 바란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6. 7. 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