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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증된 정책오류, 民心 따라 수정하라 - 홍진표
	2006-06-16
검증된 정책오류, 民心 따라 수정하라 5·31 지방선거의 참패를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반응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며 선거 결과나 당의 주문과 관계없이 가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선 국민이 알아주고 말고를 떠나 옳다고 생각되는 건 밀고나가겠다는 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욕을 먹더라도 초지일관하겠다는 결연함이 좋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민주정치의 일탈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국민이 판단하며 집권자는 민심에 따라 자신의 소신을 바꾸거나 최소한 타협을 시도하는 것이 주권재민의 정신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개혁 저항론’은 국민 여론 자체를 믿지 않겠다는 태도일 수도 있다. 보수 언론의 편파 보도에 영향 받은 민심이 왜곡돼 있다거나 대중은 어차피 어리석은 존재라는 식의 관점인데, 대중에 화를 내는 민주적 리더십이란 성립하기 어렵다. 정치인은 철학자와 달리 대중이라는 물 속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물고기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21세기의 대중은 더 이상 지난날의 우중(愚衆)이 아니다. 이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엄청나게 공개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넓게 열린 공론의 장에서 교류의 기회를 가지며 나름의 주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더구나 바로 그 대중이 현 대통령을 뽑아주고, 탄핵 역풍 속에서 여당의 압승을 연출하여 충분한 능력 발휘의 기회를 주었다. 지난 13일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18.2%로, 여당의 지지도는 15.1%로 더 추락한 점으로 미루어 5·31 지방선거 결과가 민심을 잘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더 하락한 집권 여당의 지지율은 국민이 선거 결과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를 보고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으며, 차라리 남은 1년6개월은 없는 셈 치자는 체념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애정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체념이나 무관심이야말로 정치 세력에겐 가장 무서운 형벌이다. 도대체 무얼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볼멘소리를 할지 모르지만,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경제분야는 논외로 하더라도, 거창한 명분 아래 실은 정치적 반대파를 공격하는 정략이 작동된 과거사 파헤치기, 빌려간 돈 달라는 식의 북한 정권에 오히려 더 못주어 안달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은 모른 체하는 대북정책, 민족 자주를 내세워 오히려 국익을 훼손하는 어리석은 외교정책 등 명백한 오류들이 축적돼 왔다. 무지와 무능을 넘어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양심세력’이니 ‘평화세력’이니 부르며 비판세력을 악인 취급하는 오만과 독선은 국민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선거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386세대 이하의 젊은 층이 여당에서 대거 이반한 것이다. 이 현상은 길게는 1985년 2·12총선으로 표출된 민주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 형성된 이른바 ‘우리편’이라는 의식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 두 번의 진보를 표방한 정권 창출을 거치며 부채의식과 동류의식에서 해방된 386은 여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진정한 용기는 현실에서 잘못된 것으로 검증된 정책의 오류를 시인하고 변화의 노력을 하는 데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교조주의에 빠지지 않는 길이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난마처럼 얽힌 상황에서 단방약이 있을 수 없다. 예컨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해 국제공조를 통해 강력한 대응을 하는 등, 우선 당면한 문제들부터 하나하나 열린 자세로 풀어나가는 해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중의 선택을 비정상으로 몰아가고 무시하며 오히려 가르치려고 하는 정치집단은 국민의 동정심조차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 / 바른사회 정책실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6. 1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