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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관 제청 '코드인사' 안된다 - 강경근
	2006-06-05
대법관 제청 '코드인사' 안된다 2006년 7월10일로 강신욱, 이규홍, 이강국, 손지열, 박재윤 등 5인 대법관의 임기가 만료되어 한꺼번에 교체된다.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전체 대법관 12명의 절반 가까이 바뀌는 셈이다. 임기 6년의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그 첫 단추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끼운다. 이미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대법관 제청 대상 후보자 20여명을 추천받았다. 누구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해야 할까. 한마디로 원고와 피고가 구체적인 사건을 두고 서로 다투어 승패를 보아야만 하는 첨예한 소송사건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입법은 법을 만드는 일이고 행정이 그 법을 집행하는 것이라면 ‘사법’은 “무엇이 법인가”를 판단하고 선언하는 국가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법원을 정책 법원으로 가느니 그런 말을 해도 대법관에게 요구되는 것은 본질적으로 구체성을 띤 판단력이다. 그 판단력의 실체는 사회통합이니 다양성 추구니 하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 사건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법치주의적 심성이어야 한다. 법에의 이성, 법을 통한 합리성, 법만을 생각하는 용기 등이 그것이다. 그런 덕목을 그간의 활동을 통해 보여준 인물에게 대법관 자리를 맡겨야 한다. 헌법의 명령에 따르려고 노력해 온 대법관 후보자들을 골라내야 한다. 법리적인 접근보다는 적과 동지라는 흑백 논리에 더 쉽게 자신을 맡긴 인물들을 골라 배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특정 세력이나 이념, 심지어는 특정인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코드인사’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이는 사법 본산인 대법원을 망치고 대법원으로 대표되는 한국 법치주의에도 종언을 고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작년 9월23일 퇴임한 최종영 전 대법원장의 후임을 뽑을 때에도 일각에서는 “대법관으로 대법원에 몸담은 인사는 대법원장과 함께 우리 사법사 왜곡의 공범이니 배제돼야 한다. 새 대법원장은 재야 변호사 아니면 판사 경력은 있되 적어도 대법원에 몸담은 적이 없는 ‘신선한 인물’ 중에서 물색해야 한다”는 식의 ‘여론재판용’ 주장을 한 것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한다. 대법관 권한의 본질은 사법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판권에 있다. 이렇게 헌법이 부여한 재판권을 독립한 법관이 그 양심에 따라서 재판할 수 있느냐 하는 관점에서의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누구는 이러니’ 하면서 특정 인사는 꼭 들어가야 하고 누구는 배제돼야 한다는 식의 인위적인 재단에 의한 후보자 추천과 제청은 곤란하다. 시민단체나 이익단체도 인선에 대해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인선의 첫째 조건은 법조인으로서의 철학이나 전력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법 독립을 훼손하게 되고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 추상적 논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건 당사자들을 섬기는 판결을 보여줄 수 있는 대법관이 제청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국민’과 ‘헌법’을 섬기는 사법부가 되어 법치주의 사법을 위한 ‘반보(半步)’의 개혁은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지 않고 평판화(平板化)된 민주주의에 휩쓸리거나 편승해 사법의 고유성과 전문성을 해친다면 하수 중의 하수인 제청이 될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6. 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