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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시위에 평택국제도시 꿈 깨진다 - 류동길
	2006-05-11
폭력시위에 평택국제도시 꿈 깨진다 평택사태의 끝은 어디인가. 이번 주말에도 1만여명이 시위를 벌인다고 한다. 정부와 반대세력 간의 대치상황은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닌, 일부 후진국에서 볼 수 있는 정부군과 민병대의 전투를 연상시킨다. 공권력에 도전하는 것이 정의로 치부되고 용기와 양심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민주화된 지금도 공권력을 비웃고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불법·폭력시위를 벌인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시위를 정부가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사실상 방조한 데에 있다. 미군기지 이전은 정부가 미국과 합의하고 국회가 비준한 국책사업이다. 그런 국책사업이 시위대의 저항을 받고 있다면 온전한 나라라고 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외국 순방에 앞서 “불법시위와 폭력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굳이 지시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일인데도 그런 지시가 있어야 관계 당국이 움직인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국방부는 시위대가 휘두른 죽봉에 “얻어맞더라도 맞대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 군인들은 속절없이 맞았다. 대한민국은 군인이 시위대에 폭행 당하는 나라가 돼 있다. 군 지휘관은 “차라리 옷을 벗고 싶다”는 심정을 토로한다. 평택사태는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주민들의 생존권과 관련돼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 대책위원회(범대위)가 이끄는 시위대의 대부분이 외부세력이었다는 데에서도 확인된다. 기지이전 반대운동은 반미(反美) 투쟁 수단이며 반미세력이 평택을 투쟁의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여당 국회의원은 평택 시위 현장에서 사실상 시위를 지지하는 행태를 보이기까지 했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관계장관에게 “주민들의 이주와 생계대책에 소홀함이 없도록 철저히 검토하라”고 했지만 그건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지시였다. 평택사태의 핵심은 이주와 생계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주한미군기지 이전을 계기로 평택을 국제도시로 건설한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주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평택에 약 7조원을 투입, 평택지역에 국제화 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계획에 차질이 없다면 평택은 국제업무센터, 첨단지식연구단지 등 복합 기능을 갖춘 자족적 신도시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계획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평택시가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는 전북 부안군에서 거부된 방폐장을 주민투표로 유치했다. 정부가 약속한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받아 시민들은 돈 쓸 걱정에 신바람이 나 있다. 이 밖에 특별지원금의 이자 수입, 경북도 지원금, 방폐장이 완공되는 경우 폐기물 반입 수수료도 들어온다. 가속기가 들어서면 막대한 경제효과가 예상되고, 전문인력의 유입, 연관 기업의 입주 등 고용 창출과 함께 경주는 첨단 과학기술도시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경주시민의 위대한 결정이 가져올 결과다. 이와는 반대로 평택은 지역 발전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 지역 주민이 아닌 외부 세력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책사업을 반대하며 벌이는 불법·폭력 시위가 계속되는 우리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인가.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인데도 이를 강조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현실이 두려운 오늘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강대국이 힘을 겨루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주변 정세를 모르고 행동하다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다. 6·25를 당한 것도 당시 주변정세 판단에 둔감한 결과였다.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될 나라가 어디인지도 구별하려 하지 않고 주변 강대국을 가볍게 보면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동한다면 그 끝은 어디일까.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5. 1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