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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문제, 국제사회와 보조를 - 제성호
	2006-05-02
탈북자문제, 국제사회와 보조를 탈북자 문제가 다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법원이 27일 사상 처음으로 탈북자의 망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는 20명 내외라고 하는데, 이번 사법적 결정은 유사 사건의 재판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같은 동향은 최근 미국의 탈북자 정책 변화와 관련이 있다. 지난달 2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인권주간 행사에 보낸 격려 메시지와 28일 탈북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북한 인권에 깊은 관심을 표명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존중을 바란다면 인권을 지켜야 하며,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소리 높여 말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보조를 맞춰 한·미·일의 북한인권단체들이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당장 5월9일부터 3일간 노르웨이에서 북한인권 및 난민 문제에 관한 국제회의가 열린다. 또 6월부터 활동을 개시할 유엔 인권이사회에선 북한인권 문제가 강도 높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탈북자 문제의 직접 당사국인 한국은 국제적 동향과 어긋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 계속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또 작년 12월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 채택에 불참 내지 기권을 선택했다. 얼마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의 인권 유린 실상에 주목하고 그 개선에 노력해야 할 직무를 망각하고, 오히려 북한인권단체들을 나무라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국제 시민사회는 한국의 대북 인권정책이 ‘끔찍하다’고 지적한 지 이미 오래다. 독재정권의 가혹한 인권 탄압에 눈을 감으면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대북 지원을 계속해, 형식적인 남북 화해 분위기 유지에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 인권에 관한 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임에도 한국정부는 의도적으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말은 북한과 중국, 한국을 다 같이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인권을 무시하고 탄압하는 자가 나쁘지만, 이를 방관하고 해야 할 소리를 하지 않으며 눈치 보는 것 역시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제 탈북자에 대한 그간의 혼선을 정리하고 ‘당당한 인권정책’을 펴나가야 할 때다. 그러려면 먼저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우리의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탈북자 문제는 국제법상의 난민 문제요,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인권 문제의 하나이다. 한편으론 우리 헌법 제3조(영토 조항)에 따른 ‘자국민 보호’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피를 나눈 같은 형제들에 대해 동포애와 인도주의를 구현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가 매 맞고 착취당하고 강제로 팔려나가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탈북자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또 그 자체가 비인도적·반민족적인 처사라고 하겠다. 탈북자 문제는 인권이란 보편적 가치와 직결돼 있는 만큼 국제규범(국제인권규약, 난민협약 등)을 존중하면서 그에 근거한 국제협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유엔 기구는 물론 미·일·유로 국가 등 북한 인권 관심국과의 협력은 각별한 중요성을 갖는다. 특히 한미 동맹국 간의 북한 인권 공조는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을 재충전하고, 북한의 개혁·개방, 나아가 한반도 평화 기반 조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기에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대전환과 함께 정부의 대북 정책 우선순위에 재조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국제법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5.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