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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대표 구속기소 신중해야 - 최창규
	2006-04-28
대기업 대표 구속기소 신중해야 검찰이 27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래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와 구속 여부 결정이 주목된다. 사전 구속영장의 사유는 국내 여느 대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자금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검찰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검찰로서도 법 집행과 경제 현실을 사이에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이 불법적인 관행을 벗어 버리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야만 한다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검찰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이미 비자금 내역을 파악하고 있고 또 수사 협조를 위해 자발적으로 입국한 사람을 굳이 증거인멸과 도주우려라는 명목으로 구속수사하려는 것은 아무래도 언뜻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검찰 스스로도 최근 들어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할 것이라는 다짐을 몇 차례 한 바 있다. 더구나 정 회장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공을 굳이 따진다면 싸구려 이미지의 현대자동차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여 고급화하는 등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했고,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한 현대차 그룹의 종업원 등 30만명 혹은 그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최고경영자로서 정 회장의 판단이나 리더십이 현대차 그룹의 성장을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 환경은 어디를 둘러봐도 만만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 올해 들어서도 원화 가치는 달러화나 엔화에 비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가면서 수출기업들의 목을 죄고 있다. 전세계적인 무역불균형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경제 불확실성은 점차 증폭되고 있다. 수년간 자산 거품을 가져왔던 저금리가 일단락되고 선진국의 금리인상 행보가 지속되면서 우리 수출상품에 대한 해외의 수요는 위축될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잠시 회복 기미를 보이다가 다시 주춤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5%로 낮춰 전망하는 등 우리 경제의 앞날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생산 및 고용 측면에서 중소기업에 대해 엄청난 연쇄 파급효과를 가진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경제 5단체장,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해외 딜러, 지방자치단체장, 체육단체는 물론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와 심지어는 현대차 노조원인 울산공장 작업반장 모임 반우회 회원 636명까지도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 정 회장을 선처해주기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다.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이 이례적으로 줄을 잇는 것은 그동안 우리 경제에 대한 정 회장의 공헌을 보여주는 한편 국민이 느끼는 경제 위기감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불투명한 기업 경영도 알고 보면 어두운 우리 사회 환경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인들에게 불투명한 돈이 요구되는 사회가 아니라면 기업인들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투명한 돈을 만들 이유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기업인들이 불법적인 자금 조성에 대한 유혹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는 밝고 투명한 정치·경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렵게 키운 기업들이 국내에서 주저앉지 않고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의 기업들을 둘러싸고 있는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를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4. 2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