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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기업을 키우는 산업정책 - 정갑영
	2006-04-21
글로벌 기업을 키우는 산업정책 1884년부터 작성된 다우 존스는 뉴욕 증시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수로서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그런데 지난 120여년 동안 이 지수에 지속적으로 편입된 종목은 단 하나뿐이라고 한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의 하나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GE는 “제트 엔진에서 발전기, 금융 서비스에서 플라스틱, 의료 영상 장비에서 방송과 정보통신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모두 제품과 서비스로 만든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신규 투자, 인수·합병(M&A)을 통한 변신이 바로 GE의 전략이자 성공의 핵심이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산업 간 장벽을 뛰어넘어 수많은 업종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같은 전략은 GE뿐만이 아니다. M&A를 통한 다각화와 대형화는 글로벌 기업의 성공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IT 기술의 발달로 통신과 방송의 융합 현상이 가속화되고, 제조업과 금융업, 생명과학(BT)과 청정기술(CT)을 연결하는 퓨전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기존 체제로는 분류조차 애매한 새로운 사업영역도 급증하고 있다. 국경과 산업 간 장벽도 뛰어넘어 글로벌 융합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산업정책은 아직도 1970년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액이 60조원에 달하고, 순익이 100억 달러를 넘는 우리 기업도 등장했지만 산업정책은 아직도 소득 1000달러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GE의 성공전략도 시장지배와 문어발 확장이라고 논란이 심각했을 것이다. 아무리 경영투명성이 확보되었다 해도 각종 투자제한과 국민정서의 덫에 걸려 많은 애로를 겪었을 것 같다. 과연 무엇이 산업정책의 글로벌화를 가로막고 있는가. 놀랍게도 첫 번째 장벽은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에서 비롯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기반의 IP-TV 서비스를 보라. 중국도 시작한 IP-TV를 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사장(死藏)시키고 있는 것은 정통부와 방송위원회의 영역 다툼 때문이다. 서비스가 융합되어 가치를 창출하는 사슬은 변화했지만, 규제에 얽힌 먹이사슬은 변함없이 자기 영역만 고집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비록 IT 분야뿐만이 아니다. 국민정서도 산업정책의 변화를 가로막는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나 출자총액의 제한을 살펴보자. 경제력 집중과 대기업 집단의 폐해 때문이라지만, 투기성 외국자본에까지 국내은행을 매각하면서 국내 기업에만 엄격한 출자규제를 하는 것은 심각한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대형 금융기관의 매각에 국내 산업자본이 참여할 수 없으니, 외국자본의 지배력만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고 제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여건도 못되니, 현금보유만 사상최대로 늘어나고 있다. 경영권 위협 속에서 아예 국내투자는 줄이고 해외로 이탈하는 자본도 많다. 물론 규제에는 항상 합리적 근거가 많다.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며, 사금융(私金融)의 우려 때문에 엄격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으로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제도가 보완된 시장에 어떻게 70년대의 잣대를 적용할 수 있겠는가. 설혹 그런 우려가 있다 해도 화재가 무서워 집을 짓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실물투자는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비리(非理)는 다른 법규로 엄격히 규제해야 할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개선과 함께 차제에 우리도 GE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탄생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과감하게 도입되어야 한다. 기업가의 구태의연한 경영철학과 함께 이제는 정책도 글로벌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 정갑영 (연세대 정보대학원장·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조선일보 2006. 4. 2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