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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없는 기차 : 법학전문대학원법 - 김민호
2006-04-19
레일 없는 기차 - 법학전문대학원법 철로의 레일은 평행선일 수밖에 없다. 그 구조상 처음부터 합일점을 지향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레일을 뽑아 버린다면 기차는 어떻게 달릴 수 있을까?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을 두고서 법학교수회와 대한변호사회가 그동안 평행선을 그려왔던 것은 사실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들 양 단체가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에 대하여 팽팽한 평행선을 그어 왔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법학전문대학원 정원 결정 과정에 대한변협과 한국법학교수회를 아예 배제해 버리고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과 협의하여 정하도록 법안을 수정하여 국회 법사위로 넘길 것을 합의하였다. 그런데 이들 양 단체는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기차가 달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레일이라는 것이 문제다. 주지하는 바처럼 법학전문대학원은 법률전문가 특히 변호사를 양성하는 인력양성기관이면서 동시에 고등교육기관이다. 그렇다면 인력수요와 교육수요를 결정함에 있어서 전문인력(변호사)관리단체와 교육주체를 배제한다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들 양 단체를 배제하는 논리를 의학전문대학원의 예에서 찾고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의 정원은 교육부장관이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듯이 법학전문대학원 역시 교육부장관이 법무부장관과 협의하여 정원을 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타당한 논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은 단순히 법조인력 양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제도의 본질적 체제개편을 수반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기존의 의학교육은 이미 임상교육을 중심으로 하여 왔었고 그 교육기간 역시 6년으로서 학부와 대학원의 학제개편 정도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은 법학교육의 방법과 법조인력 선발 시스템을 완전히 개편함으로써 사법역사의 대대적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력관리주체와 교육주체를 배제한 체 법학전문대학원이 설립 운영된다는 것은 처음부터 탈선을 각오 하고 기차를 출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팽팽하게 수평선을 달리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고 해서 이들 의견에 대해 귀를 닫아버리는 것은 합의를 생명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정책결정이라 할 수 없다.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노력이 들더라도 보다 진지한 합의의 과정을 거치면서 최상의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걸림돌들을 협의로서 풀어나가기 보다는 걸림돌을 뽑아 버리고서 미리 정해 놓은 시간 내에 정해진 결론을 도출해 내려다보면 그 기차는 반드시 탈선할 수 밖에 없다. 이제 공은 법사위로 넘어갔다. 법사위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결정에 있어서 대한변협과 법학교수회를 배제한 수정법안의 타당성에 대해 보다 심각한 고민을 해주기를 바라며, 아울러 법학전문대학원 출범 시 최소정원을 법에 분명히 명시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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