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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스타 기부금의 씁쓸함 - 윤창현
	2006-04-19
론스타 기부금의 씁쓸함 금융거래가 잘못돼 법정소송으로 비화되는 일이 종종 있다. 미국에서 유명했던 사건이 생활용품 제조회사인 프록터 앤 갬블(PG)과 뱅커스 트러스트 은행(BTC) 간의 금융거래였다. 금리가 곧 상승할 것으로 본 BTC는 고객이었던 PG와 일대일 장외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 금리 상승시 BTC가 큰 이익을 보도록 만든 정교하고 치밀한 계약이었다. 예상대로 금리는 상승했고 약 1억 달러에 해당하는 손실이 확정되자 PG는 지불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초기에는 최고 수준의 전문금융기관이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일반 기업을 상대로 사기에 가까운 금융거래를 행한 것이라고 파악되었고 의당 계약무효에 가까운 판결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일단 법정으로 가자 분위기는 변했다. 특히 BTC가 증권거래법과 선물거래법을 위반했다는 PG측의 주장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당사자들은 2000만 달러로 합의하고 소송을 중간에 마무리지었다. 언뜻 보면 명백한 잘못이 있는 것 같아도 엄밀한 법정 공방이 진행되면 예상치 않은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론스타 문제도 얼마든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BIS 자기자본 비율이 조작되었을 가능성과 외환은행 전 현직 임직원들의 비리도 일부 포착이 되었고 과세근거도 상당 부분 확보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이 과세를 하고 당사자를 처벌할 수준은 될지 모르지만 외환은행 매각을 원천적으로 무효화시킬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것 같지는 않다. 이 와중에서 론스타는 전격적으로 1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 헌납을 결정하고 세금납부 가능성이 있는 7250억원의 자금을 국내은행에 예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도 한국 내에 처분해야 할 자산이 많이 남아 있는 론스타로서는 여론의 역풍이 매우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나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필요하다면 법정 공방을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진 뒤에 정확하게 책임질 것을 책임져야지 마치 한번만 봐달라는 듯이 중간에 불쑥 사회공헌기금 기부를 발표하는 것은 모양새가 그다지 상쾌하지는 못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린 결정일 가능성이 크지만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서운 법은 국민정서법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국민정서법의 치명적인 약점은 매우 단기적이라는 것이다. 만두파동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어떤 사안에 대해 엄청나게 흥분하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무슨 일 있었느냐는 듯 금방 잊어버리는 단기적 행동을 보일 때가 많다. 문제는 이처럼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행동하다 보면 진짜 중요한 것은 놓치게 된다는 데 있다. 잘못된 것은 끝까지 추적해 결론을 내고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고쳐야 될 부분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고치도록 하는 끈질긴 태도가 부족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와서 영업을 하는 외국기업까지 이러한 우리 사회의 약점을 간파하고 행동하는 것 같아서 그 씁쓰레한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2005년 통계를 보면 우리의 국내총생산(GDP)은 7875억 달러로 인도를 제치고 세계 10위 수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는 지금 이에 발맞추어 우리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정정당당한 사법질서가 작동하면서 모든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야 한다. 지나친 흥분이나 예단 없이 지켜보되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잘못된 부분은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잘못 없는 부분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성숙된 의식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 경영학 / 바른사회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출처 - 조선일보 2006. 4. 1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