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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해법’으론 노동문제 못푼다 - 류동길
	2006-03-28
‘80년대 해법’으론 노동문제 못푼다 민주노총이 오는 4월3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철도노조도 재파업을 결의하는 등 노동계의 ‘4월 춘투’가 심상치 않다. 우리가 겪었던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날벼락이 아니었다. 우리 스스로 또 다시 그런 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2월 퇴임한 김대환 전 노동장관은 27일 보도된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뼈있는 쓴소리를 했다. 노동문제를 법과 원칙으로 풀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노사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정치권은 섣불리 노동계에 약속을 하거나 인기에 영합해 기대심리를 부추겨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서 “정치적으로 노동 문제를 풀려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식 1980년대 해법은 안된다”고 했다. 노동계가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장외투쟁에 몰두하던 2005년 9월 27일, 당시 이해찬 총리는 노동장관과 상의도 없이 양대 노총 위원장을 총리 공관으로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는 걸 예로 들며 정치로 풀 게 있고, 풀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고 했다. 장관 자리를 물러날 때 “법과 원칙대로 노동 문제에 접근해 달라”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탁했다고도 했다. 당연한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부탁해야 하는 전후 사정은 노동 문제가 그만큼 꼬여 있다는 걸 웅변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취임하면서 “노동부는 근로자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며 “불법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재임기간 내내 그는 이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동자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그가 법과 원칙을 지켰다고 해서 노동계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은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도 집단이기주의는 있다. 문제는 그것이 사회 전체의 이익과 어긋날 때 법과 원칙이라는 잣대로 재단해야 한다. 미국 뉴욕 지하철과 버스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하자 법원이 노조에 하루 100만달러씩, 노조원 개인에게는 하루에 이틀치 임금을 벌금으로 물렸고, 파업은 사흘 만에 종료됐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한국경제의 시급한 과제다. 이제 숨통이 트일 것인가. 청와대는 26일 개최한 비서실 워크숍에서 앞으로 노동정책에 ‘덴마크 식 모델’을 적용할 것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모델은 해고를 쉽게 하되 재고용은 최대한 보장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근로자가 해고될 경우 직전 급여의 90%가량을 실업수당으로 지급하며 실업수당이 국민총생산의 4.4%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덴마크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과다한 재정 지출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고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시대착오적 노동운동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경제를 망치고 결과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를 희생시킨다.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실업자의 앞길도 막는다. 새로운 제도 도입도 좋고 대화와 타협도 좋지만 노사협상이든, 노사정위 논의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 급선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원칙은 타협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수년간 막대한 흑자를 내면서도 임금 동결을 자발적으로 요구한 노조 덕에 세계 1위로 올라선 도요타자동차, 노조에 끌려다닌 결과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제너럴모터스(GM), 임금 동결 등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라고 시민단체의 규탄을 받는 현대자동차노조, 스스로는 양보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외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적 위선, 10조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철도공사의 증원(增員)과 노조파업, 이런 현상을 보며 우리가 얻는 교훈은 무엇인가. 먼바다로 항해해야 하는 ‘한국경제호’라는 배는 선장과 선원들이 서로 뜻이 어긋나 싸우고 있다. 높고 험한 파도는 밀려오는데 파도를 헤쳐나갈 능력도 의지도 없다면 가야 할 목표를 잃고 표류하다가 결국 침몰하지 않겠는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3. 2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