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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세 올려야 할 이유 - 정갑영
	2002-09-16
재산세 올려야 할 이유 19세기 중엽 미국에서는 대대적인 투기 붐이 일어났다. 서부개척의 바람을 타고 캘리포니아로 밀려드는 사람과 자금이 어우러져 땅값이 몇십 배로 뛰어올랐던 것이다. 그 넓은 땅에서도 투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의아해 했지만, 그것은 곧 '풍요 속의 빈곤'과 불평등을 유발하는 '공공의 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다. 또한 불황과 범죄, 과격한 노동운동 등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요소로 등장했다. 공급만으로 못잡는 투기 당시 상황을 목격한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지가상승분을 모두 토지가치세로 환수하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토지투기와 사유제의 폐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아가 다른 세금은 모두 없애고, 땅에만 세금을 부과하자는 토지 단일세(single tax)운동을 주창했다. 토지세 하나만으로도 모든 게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제안은 소득원이 단순했던 시절의 환상처럼 들리기도 한다. 토지 공개념이나 국유화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부동산 투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에게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부동산은 아무리 공급이 많아도 특정지역에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갖고 있다. 강북의 아파트를 강남에 옮겨놓을 수야 없지 않은가. 아무리 1가구 1주택이 실현된다 해도 아파트 가격을 잠재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투기를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강남의 투기바람은 머지않아 인접지역으로 확산되고, 아파트에서 주택.토지로 옮겨 붙을 것이다.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자금출처까지 조사한다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우리 모두 투기와 단속의 쳇바퀴에 익숙해 있지 않은가. 일과성(一過性)단속은 뒷북을 치며 지나갈 뿐 투기를 지속적으로 잠재울 수 없다. 한번밖에 부과되지 않는 양도세 역시 아무리 올려도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기를 막을 방법이 없단 말인가. 강남 못지 않게 강북과 인접지역을 개발하고, 교육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처방은 보유과세를 현실화해 부동산에 대한 투기수요를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것뿐이다. 토지단일세처럼 재산세 하나만 제대로 부과해도 투기는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재산세 몇 만원 올려서 투기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일과성으로 몇% 올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향후 5년간 과세표준과 세율을 과감히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당장 각종 과세표준을 시가기준으로 단일화해 지역간 불균형부터 해소해야 한다. 같은 시세라도 강북의 재산세가 5배나 많고, 어떤 지방에서는 심지어 35배나 더 많다니, 이것도 조세형평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국토면적을 고려한다면 재산세는 현재보다 10배 정도 올라가야만 선진국 수준이 될 것 같다. 보유세가 시가의 1%만 돼도 투기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보유세 높이는 게 공평과세 급격한 인상에 따른 조세저항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세금인상이 아니다. 투기를 부추기는 왜곡된 세제를 개혁하자는 것이다. 서민층의 부담은 시가나 보유주택수에 따른 누진세율로 해결할 수 있다. 오히려 잘못된 현행 세제에 저항이 없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 미실현 이익에 과세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자동차나 냉장고에 붙는 세금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중대형 아파트에 승용차보다 더 적은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값 비싼 재산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공평과세다. 더 이상 부동산을 저비용 고수익의 투기재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보유비용이 큰 사치재로 바꿔주어야 한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 누가 투기에 앞장 서겠는가. 보유세를 과감히 높여 뿌리깊은 투기심리를 불식시켜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에 과잉투자된 재원이 산업부문으로 이동해 경쟁력도 높아진다. 그 많은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재산세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개혁하자. 이런 개혁이 없다면 투기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또 돌고 돌 뿐이다. 鄭甲泳 (연세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중앙일보 2002. 9. 1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