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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직한 국무총리 - 박효종
	2006-03-21
바람직한 국무총리 금명간 새 국무총리가 지명될 것 같다.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국무총리 지명을 늦추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분석도 있었는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마차 앞에 말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국정을 위해 선거가 존재하는 것이지, 선거를 위해 국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 조기(?) 지명은 이러한 민심을 헤아린 정치적 결단의 결과라고 평가할 만하다. 바람직한 총리란 어떤 총리일까.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야당의 마음에 쏙 드는 총리가 될 것”이라고 덕담 어린 예언을 했는데, 일단 야당을 배려한 인사라면 그다지 나쁠 것 같지 않다. 전임 총리가 사사건건 한나라당하고 대립각을 세우며 티격태격을 한 것이 보기에 영 좋지 않았다. 국무총리란 시중의 쓴 말이나 의정단상에서의 듣기 힘든 말이라도 엄숙하게 경청하고 들어야 하는 자리인데,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정략적 방식을 일관되게 구사한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야당의 마음’보다 ‘국민의 마음’에 쏙 드는 총리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 세상에 ‘입에 딱 맞는 떡’이 없는 것처럼, 국민의 마음에 딱 맞는 총리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야당 맞춤형 총리’를 넘어서서 ‘국민 맞춤형 총리’를 내정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마음이 간단치는 않다. 따지고 보면 국민의 마음도 천 갈래 만 갈래이기 때문에 이 사람이 좋아하는 총리는 저 사람이 싫어하는 총리가 될 가능성도 크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의 마음이 여러 가지로 읽혀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면, ‘맞춤형 양복’을 방불케 하는 ‘맞춤형 총리’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국민 맞춤형 총리’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단언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정치란 ‘불가능의 예술’이 아니라 ‘가능성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 ‘가능성의 예술’을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여러 가지 생각 가운데 ‘차이점’은 빼놓고 ‘공통점’이 수렴될 수 있는 총리, 즉 ‘최소공배수형의 총리’를 찾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국민들로서는 앞으로의 총리가 ‘분권형 총리’인지 ‘책임 총리’인지 혹은 ‘의전용 총리’인지, 또 ‘정치형 총리’인지 아니면 ‘행정형 총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또 ‘중립형 총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분권형 총리든 중립형 총리든, 국민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보다는 덜 전문적이고 소박한 꿈이 있다면, 세상이 소란스러우니 통합을 지향하는 총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통합을 지향하는 총리는 자신의 말을 입으로 많이 하기보다 남의 말을 귀로 많이 듣는 총리, 또 질책이나 쓴 말이라도 귀담아듣고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하는 총리다. 지금 노무현 정부는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고 있다. 전반기의 국정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라면 ‘선출된 권력’이라고 해서 비판에 대하여 너무나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과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을 아우르고 포용하는 태도가 대통령에서 장관들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참모나 비서진들로부터 열린우리당 당직자에 이르기까지 아쉬웠다. 비판이나 쓴 말에 대하여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으로 보여 정말 보기에 좋지 않았다. 무엇인가 가르치고 계몽하기보다는 고개를 숙이고 항상 모자람을 자책하는 국무총리의 모습을 보고 싶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6. 3. 2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