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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의 국책사업 발목잡기 속셈 - 홍진표
2006-03-17
운동권의 국책사업 발목잡기 속셈 평택 대추리에서, 정부가 용산 미군기지의 대체부지로 수용한 토지에 “주한미군 몰아내고 올해도 농사짓자”는 구호를 내걸고 주민들이 농사를 짓겠다고 우기면서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국책사업 과정에서 토지를 수용할 때 보상 문제로 당국과 지주들이 겪는 갈등은 흔히 볼 수 있지만, 반미라는 정치구호가 나오고 외부인들이 개입돼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반미단체나 환경단체들이 이런 분쟁의 현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법적 당사자인 주민들의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국책사업 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 ‘대중 속으로’라는 구호 아래 운동권 대학생들이 대거 노동현장에 들어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주민들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세력을 당연히 반기게 되는데, 운동권 세력과의 연대는 현실적으로 많은 이익을 보장해준다. 우선 보상을 더 받자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보다는 반미니, 환경보호니 하는 명분을 갖게 되는 매력이 있다. 사실, 사적 이해관계를 정치투쟁으로 포장하는 것은 과거 군사정권시대에는 오히려 탄압을 자초하는 위험한 일이 됐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정부에 더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 된다는 계산서가 나온다. 새만금과 부안을 거쳐 평택에도 나타난 문정현 신부와 같은 운동권의 유명인사가 현 정부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보호막이 되고 협상창구 역할도 해준다. 대추리 지주들과 부안 주민들이 짧은 시간에 미군철수나 원전센터 반대 입장으로 의식화되리라고는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과 운동권의 연대는, 주민들은 운동단체의 구호를 외쳐주고 운동권은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거래적 성격을 갖고 있다. 지역관계자에 따르면 대추리에서도 “초기엔 주민들이 주로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떠날 수 없다며 반대했는데, 요즘 집회에는 기지 확장 반대나 주한미군 철수 등의 구호가 많이 들린다”고 한다. 바로 이 거래적 성격 때문에 이 관계는 종종 동상이몽이 되고 씁쓸한 결말을 낳는다. 대체로 주민들은 보상을 더 받아내는 적절한 타협을 염두에 두지만, 외부세력은 오로지 파국만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호랑이 등에 올라탄다는 말이 있듯이 다중의 행동은 어떤 시점부터는 폭주 기관차처럼 강경한 입장이 득세하여 주민들은 결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된다. 전국연합, 한총련 등이 주도하는 ‘평택 범대위’는“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 한반도가 전쟁의 위험으로 빠져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용산미군기지 이전은 한미간의 합의사항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도 전쟁위험을 방조하고 있다는 말인가. 이런 치졸한 선전보다는 차라리 미군철수라는 목표를 정직하게 말하는 게 나아 보인다. 나아가 고향 땅에 대한 주민들의 순수한 애정을 악용하여 반미투쟁의 대중화라는 자기 만족을 누리려 하지 말고 광화문 대로에서 당당하게 미군철수 시위를 하라. 머리띠 두르고 나서면 득이 생긴다는 민주화 이후 정권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무원칙한 대응이 만들어낸 한국적 학습효과가 국책사업 발목잡기의 시작이 된다. 이 현상은 현 정권 아래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엄청난 국고가 낭비되고, 법과 규칙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최근 임수경씨 관련 악플(악성 리플)이 사법제재를 받으면서 악플이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법을 어기면 처벌이 따른다는 학습효과의 좋은 사례이다. 지난해 치열했던 원전센터 유치 경쟁을 떠올리면서, 부안 주민들은 지난날 자신들과 반대투쟁을 함께했던 환경단체들을 지금도 신뢰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국책사업의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반미단체와 환경단체들이 실은 무책임한 불청객이라는 부안의 경험이 대추리에도 빨리 알려져야 한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 / 바른사회 정책실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3. 17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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