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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권 구입 카드결제 허용을 - 안재욱
	2002-09-11
상품권 구입 카드결제 허용을 최근 상품권 카드결제 허용 여부를 놓고 신용카드 업계와 백화점 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업계간의 갈등이 커지자 정부부처 내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필자는 이 문제를 상품권 카드결제 허용의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품권은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일종의 화폐다. 백화점이 상품권을 발행할 경우 그 시점부터 상품권이 사용돼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는 일정시간이 걸린다. 상품권을 현금으로 팔았을 경우 그 돈을 이 기간 중 예금하면 백화점은 이자수입을 얻게 된다. 만일 상품권에 대한 카드결제를 허용할 경우 백화점은 상품권을 사는 사람에게서 현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자수입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백화점들은 상품권의 신용카드결제 허용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백화점이 반드시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카드결제가 허용되면 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카드로 상품권을 사면 편리하므로 일반 소비자들의 상품권 구매가 늘어난다. 또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한도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은 상품권을 산 뒤 유통시장에서 이를 되팔아 현금화할 수 있으므로 새로운 수요층도 발생한다. 백화점이 잃게 되는 이자수입과 매출액 증가로 얻는 이익을 비교하면 백화점의 순이익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신용카드사만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다.카드 결제액이 늘어나면 카드사의 수수료 수입은 증가한다. 그러나 이는 카드사에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상품권을 산 뒤 이를 싼값에 현금으로 되파는 소위 '깡'을 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들은 제때 대금결제를 하지 못하고 연체할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신용카드사의 수익은 크게 떨어질 위험이 높다. 소비자들의 경우 이익이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선 소비자들은 카드 결제를 하는 것이 현금을 내는 것보다 편리하다. 또 상품권 대금을 당장 갚을 필요가 없으므로 소비자는 그 돈을 일정기간 갖고 있을 수 있다. 백화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도 이자소득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깡'이 된 상품권을 산 뒤 이를 백화점에서 이용하면 결과적으로 싼값에 물건을 사게 되는 혜택을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상품권이 대량으로 유통되면 백화점측이 이에 맞서 물건값을 올릴 것이므로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도 있다. 구두 상품권의 경우가 대표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백화점 상품권과 구두 상품권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구두 상품권의 경우 특정 브랜드로 팔리기 때문에 값이 올라도 이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반면 백화점 상품의 경우 어느 백화점이나 다루는 물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럴 여지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한 백화점이 값을 올리면 그 백화점의 매출이 현저히 떨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화점들은 유명 구두 업체들이 하고 있는 가격인상 행위를 함부로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상품권 카드결제는 경제 전체에 가져다 주는 이익이 크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상품권 카드 결제는 허용돼야 한다. 그러나 상품권을 현금으로 결제할지 카드로 결제할지에 대한 결정은 소비자와 백화점간에 협상과 타협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상품권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자체만으로 의의가 있다. 그 이후의 문제는 거래 당사자들에게 맡기면 효율적인 거래 관행이 정착될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 정책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02. 9. 1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