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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자총액' 규제 풀어라 - 이형만
	2002-09-05
'출자총액' 규제 풀어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출자총액한도를 초과한 LG, SK 등 9개 기업집단 34개 계열기업 보유지분 2조9000억원어치에 대해 이달 중순부터 초과지분 해소 때까지 의결권 행사를 금지시켰다. 이 조치에 따라 초과출자분을 해소하지 못한 기업들은 경영권 지배와 인수·합병 활동 등 기업경영에 많은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자 규모를 기업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도록 한 반시장적인 규제를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출자는 미래 성장 업종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인데 출자총액이 많다고 하여 죄인 취급받는 현실을 어느 기업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기업 출자가 늘면 경기도 좋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나 정부가 두 손들어 환영해야 할 터인데도 오히려 징벌을 받게 하니 외국 기업들이 볼 때는 실소를 자아낼 만도 하다. 출자총액 규제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1986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당시는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도 없었고 시장의 규율과 감시를 위한 제도 인프라도 매우 낙후된 시기였다. 그러하기에 특정 기업집단만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인 규제가 시장경쟁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를 거부할 명분이 적었다. 그러나 지난 25년 사이에 우리 경제의 환경과 제도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이 있었다. 첫째,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가 도입되어 경쟁을 제한하는 내부 거래와 계열사간 부당한 지원은 이중 삼중의 감시와 제재를 받게 되었다. 둘째, 90년대 이후 우리 경제는 국내시장마저도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체제로 돌입하게 됨에 따라 경제력집중 억제라는 정책목표는 구시대의 잣대로 되어 버리고 낡은 제도를 고집해서는 국내 기업만 역차별을 당하는 결과를 빚게 되었다. 셋째,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시장규율 확립을 위한 문어발식 기업 개혁이 가져온 변화이다. 노동부문의 개혁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한 것에 비하면 투명성 제고와 시장규율 확립을 위한 기업 개혁은 선진국 수준을 뛰어넘는 강도높은 것이었다. 특히 회계·감사·기업공시 부문에서의 혁명적인 제도변혁이 이루어졌고 기업지배구조의 선진화가 이루어졌다. IMF 외환위기 사태가 계기가 되어 수십년 동안 방치되어 왔던 불합리한 경영 행태를 한꺼번에 바로잡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 결과 시장의 기업 감시 능력은 놀랄 만큼 커져 기업은 시장의 심판 앞에 노출되는 벌거숭이 신세가 되었다. 출자총액 규제 도입 이후 이와 같은 거대한 환경 변화가 있었다면 현실과 유리된 낡은 규제를 없애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규제 대상은 오히려 늘고 의결권 제한이라는 신종 제재까지 동원하였으니 기업으로서는 거꾸로 가는 시계를 연상하곤 한다. 출자총액 규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정책 당국은 으레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곤 한다. 부당 내부거래가 결코 합리화될 수 없다는 여론을 활용하여 기업집단의 부정적 행태를 부각시켜 출자총액 규제를 지킬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속내임을 모를 기업은 없다. 그러기에 기업집단 내부지분율이 높아지면 소유가 집중되고 있으니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낮아지면 그 낮은 지분율로 황제식 경영을 하고 있으니 규제를 없앨 수 없다고 강변한다. 기업은 내부 지분율이 높아져도 지탄을 받고 낮아져도 매도를 당한다. 동네북 신세인 기업들이 미래 성장산업에 투자하려 해도 시장의 심판에 앞서 정부가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지분법 회계제도의 도입 등 잘못된 출자에 대한 시장의 심판을 받도록 많은 개혁을 해 놓고도 정부의 반시장적 규제는 풀릴 기미가 없다. 월드컵 이후 국민의 자부심과 기대가 커졌는데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도한 규제가 족쇄가 되어 기업의 발을 묶고 있는 셈이다. ‘경제 월드컵’ 4강이라는 장밋빛 꿈을 실현할 대표선수가 이렇게 꽁꽁 묶여 있는 사이에 외국 기업들은 훨훨 날면서 어부지리를 얻고 막대한 실리를 챙기고 있다. 글로벌 시장 경쟁 체제 아래에서 출자총액 규제는 득점골이 아니라 자기 골문에 골을 넣는 자책골과 같은 것임을 정책 당국은 언제 알 것인가. 이형만 (자유기업원 부원장 /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2. 9. 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