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경상수지 흑자 지키려면 - 이종욱
	2002-09-04
경상수지 흑자 지키려면 내년 경상수지의 적자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적지 않게 나오 고 있다. 최근 경상수지는 지난 4월에 11억 8천불이 적자였고, 5월, 6월, 7월의 경상수지 흑자는 1004억불, 822억불, 29억불로 급격히 감 소하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 경상수지 적자가 왜 중요한 이슈인가를 쉽게 수긍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993년의 약간의 흑자를 제외하면 1990년부터 1997년까지 연속적으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교역량은 세계 10-11위 정도로 성장하였지만, 1995 , 1996, 1997년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각각 85억불, 230억불, 81억 불이었고 급기야 1997년 11월 외환위기를 겪었던 것이다. 정부는 향후 세계 교역량 7위라는 목표를 발표하였다. 다행히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월 수출 증가율이 23개월만에 처음으로 20%을 넘었다 . 물론 수출량, 교역량도 한국경제의 대외적 성과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의 지속적 흑자 기조 정착이 동 반되지 않는 한 이는 허상이 되기 쉽다. 경상수지는 간단히 말해, 우리나라의 상품, 서비스, 소득의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수치이다. 세 가지 요소의 수출이 수입 보다 많으면 경상 수지 흑자이고, 그 반대가 되면 경상수지는 적자가 된다. 그러나 그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수출되고, 수입되는가하는 문제는 훨씬 더 복잡 하다. 따라서 국내 경제연구소들이 내년의 경상수지 적자를 예측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일단 유비무환의 전략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방지하 기 위한 견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째, 지난 90년대 경상수지 적자폭이 컸던 시기를 보면, 내수용 수 입이 수출용 수입의 약 2배였다. 올 4월은 내수용 수입이 수출용 수 입보다 가장 많았던 경상수지 적자 시기이다. 주요 품목별 수입에서 내수용 수입이 수출용 수입 보다 크게 증가하는 추세가 있는지 계속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자본재 및 원료 수입을 제외하면, 소비재 수 입은 국민들의 습관이나 의지에 따라 결정되므로 지나친 외제 선호 등 쉽게 바뀌기 어려운 국민 차원의 습관, 가치관 등의 바른 정립에 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올 4월 이후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의 상승으로 대미 달러 환 율이 계속 하락하여 7월에는 기준환율이 1,197원이 되고, 그 과정에 서 경상수지 흑자는 급감하고 있다. 2000년 11월 기준환율이 1,195.3 원 일 때, 경상수지가 1,035.3억 달러 흑자인 것과 크게 대조된다. 이러한 현상의 차이를 설명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난해 11월, 올 7 월의 원-엔 환율이 각각 1,073.46원, 994.35원으로 일본 엔에 비해 원화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외국 시장에서는 한국제품 과 일본제품이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 적지 않아, 두 나라 상품의 대 외 가치를 결정하는 엔-달러 환율의 변화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야 한다. 셋째, 세계 경제에서 중국 수출 비중의 확대로, 한국의 지속적 경상 수지 흑자 정착을 위한 수출 전략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 국은 WTO 가입과 함께 한국 임금의 1/10 정도의 저임금을 경쟁력으로 전세계 저가 제품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1995년 이 후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이고, 외환보유고도 한국 보다 훨씬 더 많다. 더구나 최근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하고 있는 주룽지 총리의 행보에 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은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 등 자국상품들이 단 지 싸구려가 아니라 싸고도 질좋은 상품임을 알리기 위해 정부차원의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경상수지 흑자를 정착시키기 위한 수출 증대에 질 좋고 값싼 제품만큼 높은 국제경쟁력을 갖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기업은 이제 질 좋은 고가의 제품시장으로 이동해 가야 하 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는 물론 새로운 도전적 과제이지만,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목표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이제 국내 일류가 아니라 ,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데 기업의 운명을 걸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는 기업, 정부, 가계로 구성된 유기체이므로, 기업만 세계 일류 가 될 수 없다. 이제 정부나 가계도 지속적 경상수지 흑자 기조 정착 을 위한 세계 일류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체계적으로 생 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 정책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2. 9. 4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