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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중심국가’의 虛像 - 김세영
2002-08-30
‘비즈니스 중심국가’의 虛像 정부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점과 최근 건설된 인천공항의 설비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우리나라를 동북아 물류 중심지 및 세계 유수 기업의 동북아 거점화를 핵심 개념으로 하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의 발전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즉 동북아 물류 중심지 기능과 기업·금융의 동북아 거점 기능을 강화하면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도약한다는 내용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럴듯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물류 및 비즈니스 기능은 재화 생산의 파생적인 기능일 뿐이다. 경제에서의 본원적 기능은 재화의 생산이다. 이것이 중심이 될 때 파생적 기능인 물류 및 비즈니스 기능은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활성화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 방안은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 계획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물류와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 생산 기능의 효율성 제고에 부분적으로 이바지하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 여건으로 볼 때 보다 경제적·본원적 기능인 생산의 근본적 요소인 기술·지식·정보 중심국가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 경제에 있어서 제조업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물류 비즈니스 중심을 지나치게 중시하다 보면 자칫 제조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고, 자칫 제조업 부분의 공동화 가능성도 우려된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그런데 국내 제조업의 생산은 현재 매우 심각한 상황에 봉착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의하면 제조업체의 44%가 이미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겼고, 33.8%는 해외 이전을 추진 중이라 한다. 특히 제조업 생산을 비껴간 물류 비즈니스 중심국가로의 지형정책은 이같은 제조업 공동화현상을 더욱 촉진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제조업 생산이 주축이 된 부품·소재 및 지식 기반산업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이 여전히 유효하며 이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나라는 동북아의 기술·지식·정보 중심국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자유무역지대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 기업인들에게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제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체를 명실상부한 기술·지식·정보 중심의 자유무역지대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으로 생각된다. 이와 아울러 관료와 기업 사이의 부정의 연결고리로 악용되어 온 규제를 과감히 혁파함으로써 투명하고 깨끗한 기업활동의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기업하는 데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알려진 적대적 노사관계를 친화적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어떤 기업도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근로자와 기업인 모두가 스스로 인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물류와 비즈니스 중심국가보다는 경제의 본원적 기능인 생산을 촉진시키는 기술·지식·정보 중심의 자유무역지대를 지향함으로써 부정부패와 노사 분쟁이 없고 세금 부담이 적은 나라, 그러한 ‘기업의 지상 낙원’을 만들어 나가야만 우리 경제는 세계 속에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세영 (단국대 교수·한국동북아경제학회장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조선일보 2002. 8. 30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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