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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사업 어디로 갈 것인가 - 류동길
	2006-03-08
새만금사업 어디로 갈 것인가 먼길 달려온 마라톤 선수가 골인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를 막는다고 하자. 처음부터 달리는 걸 말렸어야지, 실컷 달리게 해 놓고 골인을 못하게 하는 건 누가 봐도 옳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1991년에 시작돼 무려 15년 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계속된 새만금사업은 최종 물막이공사를 앞두고 저항에 부닥쳐 있다.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전북 지역의 여러 종단 종교인들이 ‘새만금을 지키기 위해’ 단식투쟁과 농성, 촛불시위 등 총력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당초 새만금사업은 1987년 노태우 대통령후보가 호남지역 표를 얻고자 선거를 며칠 앞두고 급조해서 발표한 선거공약이었다.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할 겨를이 없었기에 출발부터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수도이전 공약도 충청표를 겨냥해 급조한 것이라는 점에서 새만금사업과 닮은 공약이 아닌가. 새만금사업의 파란만장한 과거는 이미 다 아는 바다. 환경단체 등이 정부조치계획취소 청구소송을 제기, 서울행정법원은 2003년 7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2006년 완공목표로 이미 1조4000여억원이 투입됐고 방조제 공사가 92% 완료된 시점이었다. 새만금사업은 잠정 중단돼 엄청난 예산이 낭비됐다. 그 후 서울고등법원은 공사재개 결정을 한 데 이어 2005년 12월에는 원심을 깨고 환경단체 측 패소판결을 했다. 새만금 항소심 기각 판결로 방조제 최종 물막이공사는 오는 3월24일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새만금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이어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대법원 선고와 24일 최종 물막이공사를 앞두고 총력투쟁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어떤 경우든 환경보호는 선(善)이고 개발은 악(惡)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새만금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몰라도 마지막 단계에서, 더욱이 3조4000여억원이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을 없었던 일로 되돌리기에는 때가 늦었다. 이미 갯벌도 망가져 있어 갯벌 가치의 크기와 국토의 효율적 이용 및 수자원 확보 등을 감안한 경제효과의 크기를 이제 와서 따지는 논쟁도 별 의미가 없다. 그러한 논쟁과 검토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했어야 했다. 여기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무엇인가. 무책임한 선거공약의 남발은 자원 배분의 왜곡과 낭비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업이든 정치적으로 섣불리 결정하면 두고두고 말썽을 남긴다. 그러기에 어떤 사업이라도 공약이라고 우기기에 앞서 타당성과 효율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하고 싶은 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사업이라도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대형 국책사업이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르렀는데 어쩌겠는가. 새만금사업은 그렇다 치고 천성산 터널공사는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면서 무려 2조6000여억원의 예산을 날렸다. 사패산 터널공사 지연에 따른 예산 낭비는 또 얼마였는가. 경제 살리는 일보다 양극화 해소한다면서, 이런저런 사업 벌이면서 돈 없다고 타령할 게 아니라 불요불급한 사업, 예컨대 행정도시건설사업을 접어보라. 대형 국책사업의 공사 지연으로 날려버린 돈을 한번 따져 보라. 천문학적인 금액이 아닌가. 새만금사업이나 천성산 터널공사를 반대한 환경단체의 목소리는 요란했고 목숨까지 걸 정도로 대단히 거셌다. 그런데 수도이전과 행정도시 건설에는 왜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신기한 현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면 뒷북치지 말고 시작하기 전에 막는 것이 옳은 일 아닌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3. 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