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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거듭나야 한다 - 강경근
	2006-03-07
국회, 거듭나야 한다 최근 공개된 공직자 재산 내역은 실소를 자아낸다. 특히 부동산 신고 가격은 실제 거래가액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반액 또는 3분의 1의 세일가이다. 이는 부동산 매매 등의 변동 상황이 없으면 그 가액의 변동 내역은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법의 맹점 때문이다. 공직자 보유 주식도 관련 업무에 관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공직자 보유 주식은 백지신탁 하고 재임기간 중 부동산 매매 금지 등의 이익 충돌 회피를 위한 개정 법안들이 2004년 6월부터 나오기 시작하여 2005년 3월5일 현재 15건이나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4건, 한나라당 8건, 민노당 3건 등 개별 의원이 각개격파식으로 발의하는 등으로 산만하여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의 눈으로 볼 때에는 국회가 자신들의 이익이 걸린 법안의 통과를 회피하는 듯이 비치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 보면 현 17대 국회 개원 이래 1년간 의원 발의 법률안은 1602건이다. 같은 기간 정부 제출 법률안 275건보다 6배 가까이 많으며, 15대(1996∼2000년) 4년 동안의 의원 발의 법률안 1144건을 훨씬 웃돌고 16대(2000∼04년)의 1912건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국민이 느끼는 ‘체감 입법’이 다른 것은 의원 발의 법률안 1602건 중 316건(19.7%)만이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법률안 가결률도 16대 국회 26.8%, 15대 국회 40.2%에 비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의원들은 보통 아침 7시부터 열리는 조찬 모임을 시작으로 늦은 저녁 자리까지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고 있다. ‘과로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비만사(肥滿死)’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가한 의원도 적지 않다. 의원 개개인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이를 당이나 국회 차원에서 기능적으로 수렴하여 질적으로 체계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정된 국회의 법률안 심의 시간이 상임위와 본회의에 적절하게 배분되지 않아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충분히 검토되지 않는다면, 국회는 개별 의원들의 활동을 상임위나 소위원회별로 체계화하여 그때마다 가장 현안이 되는 안건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구조를 갖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회의원들은 법률 수요자에게 시급한 민생법안들의 처리는 늦추고 자신들의 이익이 달린 안건만 서둘러 처리한다는 이중성과 비능률의 비난으로부터 면해질 것이다. 국회의 이러한 비능률은 민심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국회의사당에 스스로 함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집단 내부의 일에 몰두하면 할수록 그 밖을 벗어난 세상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국회는 우물 밖을 못 보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 이런 점을 조장하는 것이 국회의원 소선거구이다. 지금과 같은 정보기술(IT) 시대에 광역화한 지역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능은 적으면서도 그곳을 하나의 성지로 삼는 협량(狹量)의 소영주들을 키워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체된 집단으로 변하면서 사회 변화에 둔감해지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로 선거구를 광역화하고 돈 적게 드는 선거공영제를 더욱 철저히 하면서 국민 대표성을 충족하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려야 국회의 의제 설정과 해결 능력이 높아질 것이다.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 부르지 의원의 전당이라 하지 않는 그 뜻을 잘 살펴야 한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헌법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3. 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