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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극화' 부른 政權이 누굴 탓하나 - 김종석
	2006-03-02
'양극화' 부른 政權이 누굴 탓하나 ‘꼴찌’ 성적 올릴 생각은 않고 1등만 탓하는 이상한 정부 진정 서민 주름살 펴주려면 ‘평등주의’ 정책기조 바꿔야 “양극화는 시한폭탄이다.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고, 살기 힘든 80%만이 아니라 잘나가는 20%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다.” 야당이나 사회 불만세력의 주장이 아니다. 대한민국 청와대의 주장이다. 다른 나라 정부가 이런 비판을 들으면 펄펄 뛰며 부인할 소리다. 왜냐하면 국민이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은 당연히 정부 책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한폭탄 운운하면서 사회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분명 집권세력에게는 불리한 일이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에서는 최고 권력기관이 이런 주장을 할까? 국정 실패에 대한 시인과 반성이 아님은 분명하다. 오히려 양극화는 남이 저지른 일이고 현 정부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의로운 정부처럼 보인다. 참으로 교묘한 말장난이요 정치공세가 아닐 수 없다. 양극화가 문제가 아니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청와대 주장대로 정말 80%의 국민이 살기 힘들고 희망을 잃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몇 년 사이에 한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경제적으로 살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이 증가하자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이것은 결국 빈부격차의 확대와 경제의 장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누누이 경고했다. 정부에 대해 각종 투자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경제정책을 펼치도록 요구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정부의 대응은, 경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조금 있으면 잘될 것이다, ‘진통제’는 주지 않겠다, 심지어 경제를 위기라고 하는 자들은 정권을 흔드는 자들이라고까지 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들이 서민들과 근로계층이다. 그리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빈곤층이 늘어나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공통된 현상이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도 90년대 이후 정확히 이런 패턴을 보이고 있다. 경제가 성장할 때는 소득분배가 개선되다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다시 악화되곤 했다. 따라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중산층의 몰락, 빈곤층의 증가, 빈곤의 고착, 소득분배의 악화는 현 정부 들어 지속된 경기침체의 당연하고도 예측 가능한 결과일 뿐이다. 이것을 ‘양극화’라는 단어로 표현을 바꾼다고 해서 갑자기 현 정부가 책임을 면하고 원인 제공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같은 현상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과 사고방식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양극화라고 표현하면 직관적으로는 양극화 해소, 즉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해답이다. 그래서 소득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한다. 잘나가는 사람들 것을 가져다가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매력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비전문적이고 단세포적 현실인식이다. 지금 우리 경제 문제의 본질은 빈부격차가 아니라 빈곤의 확산과 고착이다. 따라서 해법은 재분배가 아니라 빈곤 탈출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오직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좋은 선생님은 학생 사이의 성적 격차를 걱정하지 않는다. 꼴등이 낙담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도해 주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다. 꼴등에게 네가 꼴등인 이유가 일등 때문이라고 가르치는 선생님은 나쁜 선생님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빈부격차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 낙담하지 않고 중산층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가 좋은 정부다. 당신이 못사는 것은 소수의 잘나가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선전하는 정부는 나쁜 정부다. 현 정부가 진정 양극화를 걱정하고 이것을 해소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양극화를 초래한 책임이 현 정부에 있음을 겸허하게 시인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영합주의적이고 평등주의적인 경제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양극화를 해소하고 서민과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길이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6. 3.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