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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 양극화 논의의 허구성 - 김태기
	2006-02-27
참여정부 양극화 논의의 허구성 집권 4년째로 접어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일제히 양극화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청와대는 연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양극화 특집을 올려 국정 운영의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도 취임하자마자 남북을 포함한 교육·소득·일자리·기업 등 5대 양극화 해소를 최우선과제로 제시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참여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양극화 문제를 제기하다 보니 저간의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양극화를 핵심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5대 양극화 해소 과제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망라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정부가 우리나라의 당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를 양극화로 진단하는 배경이 민생을 살리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위한 정치적인 구호로 이용하기 위한 것인지 그 의도를 두고 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집권 만 3년 동안 전개된 국정 상황을 돌이켜보면 양극화 문제를 제기한 대통령의 진정성이 선뜻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참여정부가 양극화 문제를 제기하기 전부터 갈수록 생활이 어려워져 IMF 관리체제 때보다 살기가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주장을 보수집단의 정치적 음모로 돌렸고, 시간이 지나면 서민들이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오히려 민심을 더 자극하게 됐고, 이 바람에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도는 바닥을 헤매게 됐다. 양극화 문제가 참여정부의 실정을 덮으며 성장보다 분배가 우선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 사실 참여정부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주식시장의 호황과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 정신이 홀려 경제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듯하다.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우량기업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가지수의 상승을 이유로 경제 사정이 좋다고 강변하는 모습은 자기모순이다. 또한, 행정도시니 기업도시니 혁신도시니 하면서 전국의 부동산 가격을 정부가 폭등시켜 놓고 이를 근거로 한국경제의 미래를 낙관하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국민의 당면한 문제는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간의 양극화가 아니라 중산층의 붕괴와 빈곤화의 문제다.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살기 어려워진 사람이 늘어났고, 잘 사는 사람의 소득도 별로 늘어나지 못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소득분배의 악화 원인도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게 되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살게 되어 발생한 게 아니라, 살기 어려워진 사람이 더 많아진 데에서 기인한다. 참여정부 등장 이후 도시근로자의 소득증가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 소득격차의 확대는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기업의 문제는 잘나가는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간의 양극화가 아니라 기업경쟁력이 약화된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잘나가는 대기업의 숫자는 줄어들고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은 해외로 나가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데 있다. 잘나가는 대기업의 숫자가 적어지다보니 그런 기업의 주식은 공급이 상대적으로 작아 가격이 더 올라가게 될 수밖에 없다. 몇몇 재벌그룹이 우리나라의 수출이나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는 원인도 따지고 보면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잘나가는 대기업의 숫자가 줄어든 데 있다. 교육 문제 또한 양극화의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의 붕괴와 교육의 하향평준화 문제다. 공부를 잘하거나 특기가 있는 학생이 자기가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할 수 없고, 학교 교육의 부실 때문에 서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대학에 진학시키기 어려운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양극화 문제에 남북까지 포함하는 것은 의아하기 짝이 없지만, 남북문제의 핵심은 양극화의 문제가 아니라 실패한 북한 체제의 문제에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2. 2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