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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3년 '4분의 1통령' - 박효종
2006-02-21
참여정부 3년 '4분의 1통령' 3년 전 노무현 정부가 천신만고 끝에 출범했을 때는 50%의 지지자들과 50%의 반대자들이 있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를 ‘반 통령’으로 지칭한 것이 실감 났다. 3년의 세월이 흐른 뒤 사정이 나빠져 지금은 30%의 지지자들과 70%의 반대자들이 포진한 상황이 되었다. ‘사분의일 통령’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지지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또 반대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스스로를 ‘참여정부’라고 했다. 여기에는 ‘지지를 통한 참여’보다는 ‘비판을 통한 참여’를 중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정부를 비판하는 논객들,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매체에 대하여 대통령 인신공격까지 한다며 마음이 많이 상해 있다. 참여정부는 3년간의 국정운영에서 ‘아마추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로드맵도 짤 만큼 짰고 또 어느 정부보다도 혁신을 많이 외쳤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왜 그런 평가가 나오는가. 그것은 사람을 기용할 때 ‘좋은 사람’보다 ‘편한 사람’을 썼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들로 가득한 ‘코드 인사’ ‘보은 인사’, 같은 사람을 반복해서 쓰는 ‘회전문 인사’로 일관하면서도 인사 시스템을 공정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공언한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많은 사람이 참여정부에 ‘읍참마속(泣斬馬謖)’까지 기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왕의 남자’들만으로 국정을 꾸려 나가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에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가 3년간 집중·선택한 국정 어젠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과거에 관한 것이었다. 진보를 표방하면 미래를 추구해야 하는데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일반적으로 마이너리티 집단이라도 대통령이 되고 집권세력이 되었으면 그동안의 회한을 걷어내고 넓은 아량을 보여주게 마련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그 점에서 예외였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핍박받는 약자로 자처하면서 기득권자들에 대한 분노를 계속해서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과거가 화두가 되었고 미래는 가물가물해졌다. 그럼에도 과거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들이 하도 성행해서 ‘과거사 피로증’에 걸릴 지경이 되었다. 참여정부 들어 개선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가 투명해지고 권력형 비리가 적어졌다. 이제 정치인이건 일반시민이건 누구도 깨끗한 모습과 태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실적이 빛나지 않고 국정홍보처 관계자들이 야속하게 생각하는 ‘노무현 디스카운트’ 현상이 팽배하는 것은 통합과 화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사람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그들만의 이야기’, ‘그들만의 정의’, ‘그들만의 서러웠던 일’들에 몰두했고, ‘그들 속’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소외와 열패감을 참을 수 없었다. 통합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상황처럼, 참여정부가 벌이는 모든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통합과 화해의 문제는 지금의 노무현 정부가 차기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서 덮어질 문제는 아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참여정부는 남은 2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조바심을 내는 사람들의 숫자를 최소화하고 무엇인가 의미 있는 실적을 남겼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지게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참여정부가 역사 속에 ‘좋은 정부’로 기억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한국일보 2006. 2. 21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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