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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위조 달러와 한미 갈등 - 남주홍
	2006-02-14
北 위조 달러와 한미 갈등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로 미국과 북한 간에 갈등이 확산되면서 한미 간에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이 위조 달러를 광범위하게 유통시키고 있다는 정보는 지난 90년대 초부터 있었으나 최근에 와서 보다 조직적이고 정교한 방법으로 대량 제조되자 미국이 인내심을 잃고 강경 대응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결정적 증거가 있느냐 여부와 설사 증거가 있다 해도 현 시점에서의 강력한 제재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느냐 하는 데 있다. 미국은 그동안의 수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혹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고, 북한은 아예 북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북핵 문제는 물론 한미 관계도 적지 않은 파열음을 낼 가능성이 있다. 비록 북한 당국이 이제 와서 위폐 문제에 대한 국제법적 노력에 동참할 의사를 밝히고 있고 한국 정부도 이 점에 관해 비교적 분명한 태도를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갈등구조 그 자체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북 위폐 제조에 관한 정보와 첩보는 그 속성상 우선 출처 공개가 어렵고 더욱이 북한 당국이 문을 열지 않는 한 검증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한마디로 북 당국이 증거를 대라고 떼를 써도 반박할 여지가 많지 않다. 게다가 한국 정부마저 북한을 ‘범죄국가’로 단정하는 미국의 시각에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 한미 공조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 봄 중국에서 서울에 반입된 14만달러 상당의 위조 지폐가 북한산이라고 미국 측이 통보해도 한국 측이 선뜻 동의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나름의 대북정책 특성 때문에 북한을 범죄국이 아닌 ‘보통국가’로 대하려는 햇볕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즉, 미국은 국제 기축 통화이자 자국력의 원천인 달러를 위조하는 행위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행위로 간주하여 강력히 대응하려는 데 비해 한국은 미국이 이를 명분으로 대북 제재를 통해 사실상 북 체제의 붕괴(regime change)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형국이다.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지난달 중국 방문은 이러한 뜻에서 한미 양국에 서로 상반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먼저 긍정적으로 보려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그의 방중이 이른바 중국식 개혁·개방의 신호탄이 될 것이고, 앞으로 위폐나 핵 문제 등에 있어서 보다 실리적으로 ‘변화’한 북 지도부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부정적 측면도 간과하지 않는 미국 입장에서 볼 때 김정일의 방중은 중국의 협조와 영향력을 구해 미국의 대북 제재 방법과 강도를 약화시키려는 일종의 ‘변신’으로 보고 있다. 중국도 북한의 위조 달러 제작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 6자회담과 미국의 대북 제재를 연계시키지 말라고 김정일에게 경고했고 김정일 스스로도 미국의 제재로 북 체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고백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 측의 판단이 더 신빙성 있어 보인다. 북핵 문제와 위폐 그리고 마약 제조 문제는 결코 이른바 ‘내재적’ 접근 식으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 이 사안들은 남북 문제이기 전에 국제 문제이며, 한미 쌍무적 현안이기 이전에 미 국내법(애국법)과 9·11 이후 미국의 ‘혁명적’으로 변화된 국가 안보정책의 당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작전계획 5029와 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로 갈등이 비등하고 있는데 여기에 위폐 문제까지 겹치면 한미 공동 위기관리 체제가 그야말로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우리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내재적’ 시각의 대북 접근에서 벗어나 한미 공조 외에 대안이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정치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2. 1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