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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시위로 얻을 것은 없다" - 강경근
200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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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시위로 얻을 것은 없다" 기본권 중에서도 집회·시위의 자유는 시민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회집단의 의사나 국가의 공권력과 직접 부딪칠 가능성이 상존한다. 특히 우리 사회는 외신에서도 지적할 만큼의 당면 과제인 양극화 속에서 집단적 이익 추구를 죽기 살기식으로 하는 집회나 시위를 조절할 자생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의 집단적 의사를 폭력시위 등의 행동으로 알리는 집단이 다른 사회집단이 가져야 할 몫을 뺏는다든지, 국가 공권력의 희생을 담보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곤 했던 것이다. 1987년에 제정된 현행 헌법은 제헌헌법 이래 역대 어느 헌법보다 장수를 누리고 있지만, 이 1987년 체제의 탄생 직전까지 한국 사회의 민주화는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묘사되곤 하였다. 외신의 눈에 비친 한국 민주화의 상징은 얼굴에 복면을 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전사의 모습이었다. 당시의 시위문화(이것도 문화라 부를 수 있다면) 자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범주를 넘어선 저편에 있었던 것이다. 1997년 5월 한총련의 화염병 시위나 2003년 2월 민노총 소속 노동자와 한총련 소속 학생 등 2만여명의 시위대가 쇠파이프, 죽봉, 화염병 등으로 일대 도로를 불바다로 만들고 경찰을 향해 금속 볼트·너트를 새총으로 쏘거나 보도블록을 깨어 던지기도 한 것이라든지, 작년 11월 15일 서울 여의도 농민집회에서 똑같은 사태로 인한 농민의 사망과 전·의경 218명의 부상 등이 그것이다. 이런 행동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반겨주질 않는다는 것은 작년 12월 17일 홍콩에서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한 우리나라 원정시위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시위로 추락한 공권력의 무게와 위상을 되살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 만큼 홍콩 사법당국이 이런 것들을 잘 부각시켜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농민 2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대통령과 경찰청장의 대국민 사과에 이어 청장이 사임하였다. 정부가 지난 19일 ‘평화적 집회·시위문화 정착 민·관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집회·시위문화의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방향의 개선책을 논의하기로 하였다지만, 법이 금한 불법 시위는 엄단하겠다는 의지가 선행되지 않는 한 어떤 제도들을 추가하더라도 그것은 입법 만능주의의 폐해를 누적시킬 뿐이다. 불법시위대에 밀리고 다치는 공권력의 정당한 권위부터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가 훨씬 더 무거운 것이다. 이번 위원회 출범으로 총리실 산하 위원회는 모두 49개로 늘어나는 만큼 실제적인 효과를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위 진압에 나서는 전·의경의 진압복에 명찰을 달도록 하겠다는 식의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전·의경들을 시위대와 충돌하도록 방조하는 것이며 공권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폭력시위는 결코 용인될 수 없고 얻어낼 것도 없다고 일찍이 밝힌 노 대통령의 의지를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폭력시위를 없애는 근본 방안이다. 문제는 정부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집단에 대해선 단호하게 법과 원칙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당연한 법치의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말만으로는 노동운동과 시위문화의 방향 전환을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를 풀어 갈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위원회는 이러한 일들을 해야 한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현실의 국민의 뜻을 집행하는 곳임을 더욱 알았으면 한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1. 21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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