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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아닌 '마음모으기'가 중요하다 - 박효종
	2006-01-20
'세금'아닌 '마음모으기'가 중요하다 오랜만에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차분하게 다가오는 ‘설득형 연설’을 했다. 엊그제 노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들으면서 느낀 소감이다. 주제도 시종일관 민생, 즉 국민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반가웠다. “희망을 말하고 미래를 말하자”는 언사도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입으로 들으니 신선하게 다가왔다. 국민은 진작부터 이런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했다고 생각된다. 이런 접근 방식은 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나 비전에 관한 찬반 논란을 넘어서서 합리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소득계층 간 격차 등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연설 내용의 화두는 양극화 현상과 그 해법이다. 문제 해법과 관련해 대통령은 “작은 정부만 주장할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공공서비스 분야 종사자는 선진국의 60%에 불과하다”며 “선진국은 예산의 반 이상을 복지에 쓰고 있지만 우리는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제 대통령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복지국가냐 작은 국가냐’의 쟁점을 던진 것이다.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확충, 국민연금 개혁, 저출산·고령화 대비 등 모든 문제가 조세정책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육과 간병, 교통과 치안 등 공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늘리려면 막대한 돈이 든다. 사회안전망 확충도 돈 문제다. 결국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새로운 세금을 만들거나 세율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함의가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 해법은 세금보다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대타협은 한마디로 통합의 정신이다. 노 대통령은 “복지예산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고 강조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예산보다 통합의 문화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책임 있는 논의를 펼쳐 나가자며 사회 지도층을 향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상생 협력의 결단을 촉구했다. 물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일의 순서를 따지자면, 더 많은 세금을 내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고 말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한 다음에 복지국가에 대해 호소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지 않으면 ‘경제적 양극화’보다 더 심각한 ‘이념적 양극화’가 발생,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지 않고서는 복지국가 논쟁은 구심력보다 원심력을 야기하는 분란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렵던 IMF 시절 ‘금 모으기 운동’이 있었다. 이 ‘금 모으기 운동’의 실상을 말하자면 ‘마음 모으기 운동’이었다. 그 당시 우리는 ‘금’보다 ‘마음’을 모았기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감세냐 증세냐’의 논쟁보다 ‘마음 모으기’를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사람들은 마차를 몰 때 마차 앞에 말을 세운다. 혹시 말 앞에 마차를 세운다면, 돈키호테의 행위일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마음이 모인 다음에 증세에 대해 설득해야지, 그 반대는 안 된다. 세금을 거두는 세리나 징세정부에 대한 냉소나 푸대접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사람은 많아도 세금고지서에 나와 있는 액수보다 더 많이 내겠다는 사람은 없다. 돈이 드는 민생 문제 해법에는 그만큼 마음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왜 행인들이 구세군 냄비에 돈을 넣고 식당주인이 대학에 기부를 하며, 직장인이 아까운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를 하는가. 그것은 마음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감세냐 증세냐의 논쟁에 앞서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한배를 타고 있다는 동류 의식이 요구된다. 이제 기득권층이나 부자 2%에 대한 적대적 공격이나 낙인찍기와 같은 일들이 없어지기를 소망한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6. 1. 2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