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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규제, 기업을 해외로 내몬다 - 류동길
	2006-01-16
수도권 규제, 기업을 해외로 내몬다 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역균형발전은 그럴 듯한 정책과제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는 지방 살리기를 위한 유효한 수단은 아니다. 최근 노사정위원회 산하 제조업발전특위가 중앙대 허재완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 효과에 관한 연구’는 “지방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수도권 투자 규제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기업의 지방 이전보다는 해외 이전에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수도권 공장 증설 및 공장 건축 총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을 추가로 2.7% 성장시키고, 이로 인해 20만2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한다고 했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88만7000명으로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40만개 일자리 창출 약속과는 달리 취업자는 29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청년실업률은 8%에 이른다. 규제만 풀어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데 이를 마다하고 있는 셈이다. 노무현정부는 이미 아는 바와 같이 행정도시·혁신도시 건설에다 ‘참여형 도시’정책까지 들고나온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전국 각 지역으로 분산·이전시키려 한다. 선거에서 표를 겨냥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세계화시대에 국내에만 초점을 맞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대비시켜 문제를 풀려는 것은 잘못된 정책 접근이다. 균형발전이라는 목표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다. 거대도시라면 문제는 다 있다. 나라마다 지역불균형 문제도 있다. 그렇대서 거대도시 문제와 불균형 문제를 방치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역불균형을 수도권 규제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거대도시 문제와 지역불균형 문제 때문에 강력한 분산정책을 썼던 영국과 프랑스는 기존의 정책을 바꾸었고, 런던과 파리는 유럽연합과 세계 경제에서 주도권을 잡겠다고 집중을 통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대형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인구분산정책의 모범사례로 알려진 독일 역시 초대형도시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의 결정적 열쇠가 되고 있는 지금 베를린을 런던, 파리와 같은 거대도시로 키우려는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수도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오늘날 우리는 수도 분할을 획책하고 있다. 서울은 운명적으로 일본의 도쿄, 중국의 상하이와 베이징, 싱가포르와 경쟁하게 돼 있다. 그런데 서울과 수도권을 규제하면 그 반사이익은 이들 도시의 몫이 될 게 뻔하다. 기업을 해외로 내몰아 일자리 창출 기회를 내던지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수도권 규제를 계속할 이유와 여유가 우리에게 있는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최선의 대책은 기업 투자 활성화다. 그런 여건 조성은 정부가 할 일이다. 각 지방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을 불러들여야 한다. 미국 앨라배마주의 현대자동차 공장 유치 사례를 보라. 앨라배마주 정부는 당초 공장 부지를 연간 임대료 1달러에 99년을 임대하고 그 다음 필요하면 또 99년을 연장하겠다고 했다. 외국인에 대해 땅 소유권 이전을 금지하는 주법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민투표를 거쳐 주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현대자동차의 요구를 받아들여 소유권을 인정했다. 현대의 상주직원 가족을 위해 여가·문화생활까지 상담해주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정책 의도와는 달리 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일자리를 빼앗는, 실효성 없고 국가경쟁력만 떨어뜨리는 수도권 규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1. 16 포럼